미국에서 신발 한켤레를 훔쳐도 감옥행이 되는 등 사소한 범죄가 중범죄화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다년간에 걸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상승하는데 중범죄 기준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21일(현지 시각)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주에서 인플레이션에 비해 중범죄 기준액은 높아지지 않고 있어 사소한 물건 하나만 훔쳐도 징역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령, 뉴저지에서 210달러(약 26만1135원)짜리 신발을 훔치다가 적발되면 중범죄로 처벌받는다.
뉴저지에선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의 절도죄를 중범죄로 처벌하는 기준 피해액이 1978년 이래 200달러(24만8700원)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명 텍사스나 위스콘신에서는 이 기준선이 2500달러(310만8750원)에 맞춰져 있어 주별로 크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르면 보통 교도소에서 최소 1년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물가 상승에도 오랫동안 절도의 중범죄 기준액이 바뀌지 않는 것이 일부 주 교도소의 과밀화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절도 중범죄에 대한 기준선이 낮은 것은 유색인종 공동체에 더 큰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고 경찰개혁지지 단체인 '캠페인 제로'의 드레이 맥커슨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적은 액수의 물건을 훔쳐 수감된 좀도둑 가운데 유색인종이 많은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제이크 호로비츠 비영리재단 퓨자선기금 국장은 "인플레이션으로 현재의 1달러는 1980년대의 1달러 보다 훨씬 가치가 작다"면서 "수십년 동안 중범죄 상한액을 바꾸지 않은 주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덜 심각해진 범죄에 중범죄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경찰 등 법 집행기관과 소매업체들은 절도 중범죄 기준액을 높이는 것은 처벌 약화로 이어져 오히려 조직적인 절도 등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소매업체를 대표하는 전미소매연맹(NRF)은 최근 상점에서의 절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는 일부 주에서 절도의 중범죄 기준액이 상향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NRF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소매업자의 69%가 조직적인 상점 절도 범죄가 늘었다고 답변했다.
2020년 조사에선 우발 범행이 아닌 조직적인 절도로 소매상들은 평균 매출 10억 달러(약 1조2435억원)당 70만달러(약 8억7045만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40년만의 최고치갱신했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년여 만에 첫 금리인상에 착수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더욱 가파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8.5%로 연준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훌쩍 뛰어 넘었다. 앞으로 사소한 범죄로 중형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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