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40년 만기 최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부터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과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하나원큐아파트론 등 주담대 상품 만기를 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대형은행들도 주담대 상품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주택금융공사가 40년 만기 주담대를 정책금융상품으로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이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은행들이 대출 여력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들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은행들은 지난해까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총량 규제 등을 고려해 40년 만기 상품 출시를 보류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가계 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역에 관계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연간 상환 금액이 적어지면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줄어 대출 한도가 상향되는 효과도 있다. LTV가 70%까지 늘어난다면 A씨의 대출 한도는 3억8800만원까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이고 대출 실행 이력이 없는 직장인 A씨가 조정대상지역 내 9억원짜리 아파트를 4.17% 금리의 주담대를 받아 구입한다고 할 때 ▲만기가 30년인 경우 A씨는 원리금균등상환으로 3억4200만원만 빌릴 수 있다. LTV 40% 적용 시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대출자별 DSR 규제로 A씨가 매년 갚는 원리금은 연봉의 40%인 2000만원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년 만기인 경우 A씨는 3억6000만원을 모두 수령할 수 있다. A씨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1851만원으로 줄어들어 DSR이 40% 이하가 된다.
다만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총액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 모기지 평균 상환 기간이 7년가량임을 감안하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40년 초장기 모기지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며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1.50%까지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더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긴축 가속화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2.00%에 도달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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