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물량을 덜어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한달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들인 종목이 있다. 에쓰오일(S-OIL)이 그 주인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고유가 흐름이 계속되자 정제 마진 개선에 따른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17거래일 연속 에쓰오일에 대한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에쓰오일을 1586억원 순매수한것으로 집계됐다. 매수 규모로만 보면 코스피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SK텔레콤(2326억원)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역시 오전 10시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은 에쓰오일을 25억원 순매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투자 심리를 끌어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유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되고 있어서다. 정유업계에 의하면 이달 셋째 주 국내 정제마진은 18.15달러를 기록, 2000년 통계를 취합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정제마진은 지난달 넷째주부터 매주 사상 최고치 기록 경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와 수송비 등을 제외한 값으로,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준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보면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1946억원으로 3개월 전(6456억원)보다 무려 85% 올랐다. 1개월 전 컨센서스(7184억원)와 비교해도 66%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의 주가도 약 두달새 37% 이상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에쓰오일의 주가는 지난 2월 22일 장중 8만500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이달 15일 11만500원까지 올랐다. 에쓰오일이 장중 11만원선을 회복한 건 지난해 10월 18일 이후 약 6개월만이다. 다만 기관 투자자들이 이달 15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물량을 던지면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 주가를 상향하는 등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에쓰오일에 대한 목표 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려 잡고, 정유·화학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방어주로서 매력적인 투자안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전분기대비 29% 상승했고, 유가 급등으로 재고관련이익도 4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된다"며 "2분기에는 중동산 원유 도입 프리미엄(OSP) 상승과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 재고이익 소멸로 감익이 예상되지만 정제마진 강세가 일시적일 것이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이익 모멘텀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시아·유럽·미국 천연가스 가격 초강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적극적인 원유 증산이나 정제설비 증설이 많지 않고, 등·경유 재고는 극도로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히 수요가 줄어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적어도 2023년까지 유가 및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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