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 후보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중이던 2020년 3월, 심야에 술집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2년 전인 지난 2020년 3월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던 때이기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제출받은 정 후보자의 법인카드 승인 내역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20년 3월 10일 밤12시에 가까운 오후 11시31분 술집에서 법인카드로 10만 원을 결제했다.
이날은 이틀 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경북대병원에서 치료받던 1940년생 여성이 숨지면서 62번째 사망자로 기록된 날이었다.
정 후보자는 3월 16일 오후 9시 57분 한 식당에서 22만2000원을 결제했으며 3월 19일 오후 9시 50분 또다른 식당에서 49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16일에도 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65세 남성이 숨지는 등 이 시기 경북대병원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잇따라 나왔다.
당시 대구·경북에서는 그해 2월 18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처음 발견된 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외출도 삼가던 시기였다.
2월 23일에는 경북대병원 음압병동에서 치료받던 여성이 숨지면서 대구 첫 사망자가 됐다.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확진자는 약 8000명으로 늘었다.
3월 15일에 대구시는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해달라"고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당시 담화문에서 "오늘부터 3월 28일까지 2주간 모든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시민 이동을 최소화해 대구에서 발생하는 환자를 한 자릿수 이하로 만들어 코로나19 상황이 방역대책 통제 하에 있는 확실한 안정기로 만들겠다"며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하고 모임과 집회를 중단하는 자율통제를 더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던 시기에 대구·경북 지역거점 상급종합병원인 경북대병원장이 심야에 식당에서 모임을 한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 의원은 "당시 신천지발 코로나 사태로 대구 시민 전체가 고통 받는 상황에 지역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립대 병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후보자의 병원장 재직기간(36개월) 법인카드 사용은 월 평균 4.8회에 불과하며, 평균 사용액은 회당 14만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언급된 3월 사용 3건 역시 코로나19 현장에서 식사를 거른 채 밤늦게까지 고생한 병원 실무 직원들의 격려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이외에도 자녀들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등 '아빠찬스'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정호영 내정자 같은 경우는 이해 상충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정 후보자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불법은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부당한 압력도 없었다고 하는 것, 저는 믿고 싶은데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정 후보자 친구들이 딸 면접을 보고, 또 정 후보자 부하 직원이나 이런 사람들이 아들 병역 진단서 끊어주고"라며 "적어도 대학 입학 편입, 병역 문제에 있어서 이해상충 문제로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에 대해서, 장관은 공공의 영역이고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본인 스스로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이야기를 전혀 안 하고 '나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 잘못한 거 없다'라며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은 이것 자체가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21일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서울 국민연금공단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사회복무요원 판정과 관련해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정 후보자 아들의 척추를 재검사한 결과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던 2015년과 현재 상태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현주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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