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1), 쿠팡이츠 등 단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사들이 업주와 고객에게 받은 배달비 중 일부만 라이더(배달기사)에게 지급하면서 이들이 배달비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이 배달의민족을 사기죄 혐의로 고소했다. 배달의민족이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면서 결제한 건당 배달비는 라이더에게 전부 전달되는 비용이라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이 중 상당 금액을 빼돌리고 있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1일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에 따르면, 권오성 소장(변호사,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을 비롯한 해방 관계자 3인은 이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김범준 대표를 상대로 이들의 사기죄 혐의를 고발하는 고소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해방은 지난해 부당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마켓컬리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던 민간 노동 문제 연구소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고소인들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의 회원으로 동 주문 앱을 통하여 수차례 음식을 주문했던 소비자들"이라며 "피고소인이 사업을 총괄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고객과 음식점주에게 과금되는 배달팁(배달비)이 전부 해당 배달을 취급하는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것처럼 고객들을 기망해 고객과 음식점주들로 하여금 배달의민족에 배달료를 교부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소인의 이러한 행위는 배달의민족 주문 앱을 사용하는 고객(소비자)과 음식점주를 기망해 이들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은 것으로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소인 3인은 고소장과 함께 배달의민족의 사기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배달의민족의 배민1 배달팁 안내문 등 5건의 증거도 제출했다. 이 가운데 2건은 배달주문 앱 플랫폼사가 업주와 고객에게 배달비 명목으로 받은 배달비와 실제 라이더가 플랫폼사로부터 지급받은 배달수수료의 차이가 크고, 플랫폼사가 이 같은 차액을 사실상 수익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매일경제의 지난 19, 20일자 보도 기사다.
앞서 지난 주말 점심·저녁 피크타임(오후 12~2시, 6~8시)에 기자가 직접 배달주문 앱 라이더로 뛰며 단건 배달을 수행한 결과, 자동차로 배달했던 5건에 대한 배달수수료는 총 1만6480원, 평균 3296원(세전)에 불과했다. 앱에서 예측한 서울 전역의 피크타임 라이더 예상 배달수수료도 평균 3763원에 불과했다. 이는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과 쿠팡이츠가 업주와 고객 공동 분담으로 받은 배달비 정액 6000원(배민1 기본형, 쿠팡이츠 수수료절약형 기준)보다 약 2200원이 적다. 이 금액은 플랫폼사가 챙겨간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비는 라이더 배달 수수료와 악천후, 피크타임 등에 라이더에게 얹어주는 프로모션(할증) 비용이지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배달비에서 남는 돈이 생기면 추후 주문이 몰릴 때나 악천후 등을 대비해 모아뒀다가 다른 라이더들에게 할증료를 지급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천후 등은 1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업주와 고객은 건당 배달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나온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처럼 공휴일, 사회적 거리 두기, 눈, 피크타임 등 4~5가지 할증 조건이 겹쳐야 겨우 1만원이 된다"고 말했다. 양사에 배달비 총액과 라이더에게 지급한 배달수수료 총액을 요구했지만 모두 영업기밀이라며 거부했다.
플랫폼사들은 업주와 고객에게 부과하는 주문 건당 배달비 6000원이 곧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수수료(실제 배달 비용)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배달수수료는 거리, 날씨, 주문량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라이더 배달수수료는 배민1은 3000원, 쿠팡이츠는 2500원(3월 1일부로 3000원에서 500원 인하)부터 시작되는 이유다. 이때 장거리 할증료는 고객이 추가로 부담한다. 서비스 초기에는 라이더 유치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으로 건당 1만원이 넘는 배달 콜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피크타임에 5000원이 넘는 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주문량이 많은 강남구 등으로 '원정' 배달을 가는 라이더들도 늘었다.
고소인 중 한 명인 이영주 해방 연구위원은 "사기죄 외에도 배달의민족이 업주에게 배달비에 대해 부당하게 부과하고 있는 부가세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쿠팡이츠에 대해서도 고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사들은 실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수수료가 배달비 6000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부가세는 배달비 전액에 대해 부과하고 있어 이 역시 법률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부가세는 외주용역비(이 경우 배달비)의 10%에 해당하는 만큼 건당 배달비뿐만 아니라 부가세도 실제 배달 비용(라이더 지급 배달수수료)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게 업주와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한편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고소와 관련해 22일 국회에서 예정된 '인수위원회 플랫폼 배달 종사자 현안 간담회'에서 이 같은 단건 배달 서비스의 배달비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다. 임이자 인수위 사회문화복지 분과 간사위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 김용석 메쉬코리아 준법감시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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