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반대입장을 내고 본격적인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유사한 사례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보다 소액주주들의 이권이 더 침해됐다며 회사의 자발적인 합병비율 시정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달 초에는 법정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묵과할 수 없다"며 이처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블래쉬자산운용,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동원산업 주주인 기관투자자들이 동참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번 합병 건과 같이 일반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의사결정이 계속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절대 해소될 수 없다"며 "현재 동원산업 주주모임에서는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보다 이번 건이 더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은 계열사 간의 합병이었고, 상장사 간의 합병이었다. 반면 동원산업 건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종속회사인 동원산업(합병 후 지주회사) 간의 합병이고,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의 합병이다.
김 회장은 "이번 건은 지주회사와 종속회사의 합병이기 때문에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로서 전형적인 이해충돌 행위이므로 훨씬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이 법은)외부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고 검토해야 함을 명확히 했는데, 본건 관련 이사회결의에는 아무런 검토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혜섭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 이후에도 상장사의 합병비율과 반대주주 매수청구권의 가격을 시가로 결정할 수 있게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규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동원산업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합병 시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기업가치를 낮게,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했다는 점이다.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동원산업 평가액이 자산가치 대신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평가돼 일반 주주들이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할 경우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하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 대 3.8385530으로 산정됐다. 평가기준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종속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2.6배, 5년 평균 지배손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4.2배로 동원산업의 PBR 0.6배, PER 6.7배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았다.
소액주주 대표를 맡고 있는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전쟁 리스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미편입이 아닌 기업 거버넌스"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 정부하에서 기업 거버넌스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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