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마초(마리화나) 합법화 물결이 일자 뉴욕증시에서는 '대마초 테마주'가 새삼 투자 관심을 받고 있다. 연방 하원이 이달 1일(이하 현지시간)부로 대마초 비범죄화 법안을 승인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 뉴저지 주와 버몬트 주에서 대마초 규제 완화 조치가 현실화되는 것도 제도적 배경이다. 다만 미국 대마초 시장이 성장 초기에 들어섰다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대마초 관련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매수에 신중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21일부터 만 21세 이상 성인을 위한 기호용 대마초를 판매할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머피 주지사는 "이번 판매 허용 조치는 새로운 대마초 산업을 만드는 역사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뉴저지 주 기호용 대마초 판매를 하루 앞둔 20일 뉴욕증시에서는 대마초 생산·판매 업체인 틸레이 주가가 하루 만에 7.20% 떨어져 1주당 5.41달러에 마감했다. 한국투자공사(KCI)가 주식을 사들여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었던 다른 대마주 캐노피 그로스는 이날 3.37%, 또 다른 경쟁사 오로라캐너비스는 3.58%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대마초 데이터 업체 헤드셋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마초 판매액은 3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일부터는 버몬트 주에서 기호용 대마초 제품 판매가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뉴욕 주에서는 올해 연말 이후 기호용 대마초가 실제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대마초 합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데다 올해에만 총 6개 주에서 성인 대상 기호용 대마초 판매 합법화 허용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가 이뤄진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주 정부들이 만21세 이상 성인에 대한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조만간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대마초 합법화 지역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대마초 사용·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주 정부 차원에서는 대마초 허용이 두 단계다. 첫 번째는 의료용 대마초 허용, 두 번째는 기호용 대마초 허용이다. 현재 미국의 50개 주 중 37개 주와 워싱턴DC는 의료용 판매를 허용했고, 18개 주와 워싱턴DC는 기호용 판매도 허가하고 있다. 캐나다계 투자사 캐너코드 지뉴이티 분석 따르면 미국 대마초 시장은 현재 약 60%가 의료용, 40%가 기호용으로 나뉘어져있다.
다만 대마초 시장 성장성만 보고 관련주에 투자하는 경우 주가 변동성 탓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일례로 틸레이는 올해 3월 25일 8.56달러로 연고점을 기록했지만 당시 대비 현재 시세는 약 37% 급락한 상태다. 캐노피그로스는 연중 주가 수익률이 -38.39%다.
대마주에 투자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시장 전문가들은 대마주에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매트 바텀리 캐너코드 지뉴이티 연구원은 "미국에 상장된 대마초 업체 주주의 약 70%가 개인 투자자인데 이는 투기성이 짚다는 의미"라면서 "개인은 펀더멘털보다 감정적 이유로 투기(단기 매매)를 즐기기 때문에 이들 비중이 높을 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마초 기업은 대부분이 캐나다 업체다. 미국 대마초 기업은 장외 시장에서 거래된다. 미국 연방법 상 대마 판매·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 대마초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
둘째는 대마 시장이 성장 초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기업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지각변동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해 틸레이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경쟁업체 아프리아를 인수하기로 했다. 대마초 시장은 생산 등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중소 업체들이 많지만 유통·판매를 통해 실제 수익을 내기 위해 기업 대형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