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있어요? 와, 다행이다!"
21일 오전 9시께 광주광역시 서구 롯데마트맥스 상무점. 이곳에서 만난 30대 소비자 A씨는 제품 재고가 있다는 직원의 안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A씨는 "아침부터 전북 익산에서 내려왔다"며 "원하는 위스키를 살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3층에는 A씨 같은 소비자 20여명이 줄 서 있었다. 개중에는 캠핑 의자까지 들고 온 이들도 있었다. 매장 운영시간인 10시가 가까워지자 '오픈런' 줄은 5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른 아침부터 소비자들이 몰려온 이곳은 '보틀벙커' 상무점이다.
'보틀벙커(Bottle Bunker)'는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에 처음 선보인 와인전문숍이다. 와인 외에도 위스키와 브랜디 등 양주, 전통주와 사케 등까지 고루 갖춰 개점 초기부터 주류 마니아들의 '오픈런'이 이어졌다.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롯데마트맥스 상무점 '보틀벙커' 매장 안. 와인 매대(위)와 시음을 위한 테이스팅 탭(아래)이 마련되어 있다. [이상현 기자]
2호점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그 뒤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날 문을 연 상무점은 호남에서 처음이자, 전국에서 세 번째 매장이다. 약 300평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4000여종 와인과 위스키가 구비됐다.매장이 열기 전부터 줄 선 이들은 대체로 2030 세대였지만, 운영시간이 다가오자 중장년 소비자도 대거 몰려왔다. 매장 관계자는 수요 급증으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일부 제품과 관련, "번호표를 받아 1인당 1병씩만 살 수 있다"라고 안내했다.
이날 보틀벙커 상무점에는 이탈리아산 유명 와인 '사시까이아(Sassicaia)' 18병과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50병, '발베니 14년 캐리비안 캐스크' 50병이 입고됐다. 이 중 발베니는 최근 소비자 간 웃돈거래가 이뤄질 만큼 인기 제품이다.
한 20대 소비자는 "아침에 8시 30분부터 와서 기다렸다"며 "원래 발베니 12년을 사려고 했는데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 발베니 14년을 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둘 다 구하기 힘든데 와서 기다린 보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더 비싸도 14년 제품이 낫다"라고 덧붙였다.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롯데마트맥스 상무점 '보틀벙커'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구매하고자 몰려든 모습. [이상현 기자]
매장 관계자는 혼잡해질 것을 우려해 소비자들이 10명씩 들어갈 수 있도록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소비자들은 행여 원하는 술을 사지 못할까 봐 차례가 되자마자 매대로 바삐 움직였다. 짐 등을 부딪치면서 옆 사람과 가벼운 승강이를 벌이는 이도 있었다.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코너는 위스키, 그중에서도 싱글몰트 위스키 코너였다.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 몰트(맥아)를 이용해 만든 제품을 뜻한다. 생산량이 적어 대체로 고가이지만, 품질과 희소성에 힘입어 최근 2030 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기존 매장과 마찬가지로 시음 코너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보틀벙커는 와인을 병 단위로 구매하기 전 시음해볼 수 있도록 테이스팅 탭·소믈리에 리셉션 공간을 두고 있다. 보틀벙커 상무점에서는 50여종의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고, 가격은 잔당 2000원대부터 5만5000원대까지다.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매대만큼 계산대도 부산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매장 직원은 "(첫 영업일부터 바쁘지만) 행복하다"며 "소비자들이 매장을 자주 찾아주기를 바란다"라며 웃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틀벙커 상무점에는 캠핑, 피크닉 시즌에 맞춘 '피크닉 전용잔'과 숙취해소 젤리로 유명한 '파티스마트' 젤리와 같이 스낵 제품 라인업을 확대 판매해 보틀벙커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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