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년 4개월 엉엽정지 처분 받은 HDC현산
행정소송으로 시간 벌고, 공격적인 수주 이어가
행정소송으로 시간 벌고, 공격적인 수주 이어가
#총체적 인재로 발생한 참사…영업정지 처분 받은 HDC현산
지난 1월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건설 중이던 아파트 건물의 일부가 무너져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해당 사고는 경찰과 정부의 조사 결과, 시공과 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재료가 불량한 콘크리트, 가설지지대 조기 철거 등에 따른 시공 부실로 인해 16개 층의 외벽, 기둥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가 현재 조율 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HDC현대산업개발은 별개 사건인 '광주 학동참사'(2021년 6월에 발생,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로 도로 위에 있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로 이미 서울시로부터 총 1년 4개월(8개월, 부실 시공 혐의 + 8개월, 하수급인 관리의무위반)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상황입니다.
#HDC현산 손 들어준 법원…이후에도 소송할 듯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건설사는 이후부터는 해당 기간 동안 사업 수주를 못하게 됩니다.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업체는 엄청난 손실을 안게 됩니다. 그런데 여전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주택개발정비 사업, 월계동 재건축단지아파트 사업을 따내는 등 수주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과도하다'며 영업정치 처분을 미뤄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에 가장 먼저 내렸던 8개월의 영업정지처분에 대해 1심 선고 때까지 정지시켰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준 것이죠.
재판부는 "8개월 영업정지 처분으로 신청인(HDC현대산업개발)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은 본안 소송 1심 선고 때까지 영업활동을 당분간 지속할 수 있게 됐고 '공격적인 수주전'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후 내려진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행정소송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실제 처분 적용 시점은 2~3년 더 걸려…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입주예정자들
결국, 영업정지 그리고 가장 높은 제재 수위인 등록말소 처분이 나온다고하더라도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에 적용되는 시점은 2~3년 정도로 늦춰질 공산이 큽니다. 법적인 공방으로 그만큼 적용 시점이 미뤄지기 때문입니다.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그 사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에 입주가 예정됐던 847세대의 사람들입니다. 안전하게 아파트가 지어졌다면 올해 11월에 새집으로 이사갔겠지만,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되고 입주도 무기한 미뤄졌습니다. 이들은 무너진 동과 같은 공법, 재료로 만들어진 다른 동도 전면 철거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밀 안전진단 후에 결과를 논의하는 입장입니다.
지난 1월 17일, 정몽규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사고에 책임을 지며 자리에서 사퇴했습니다. 당시 "입주예정자와 이해 관계자들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행정처분에 반발하며 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새집으로 이사 가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행동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인지 궁금해집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