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위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국내에 진출한 지 3년째를 맞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화장품 시장에 진입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맞물리면서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포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24억원으로 2020년(141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45억원으로 전년(123억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147억원으로 증가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이 운영하는 세포라는 1970년 프랑스에서 설립돼 전 세계 30여국에 진출한 글로벌 뷰티 공룡으로 불린다. 세포라는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점에 국내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상륙했다.
이후 명동 롯데 영플라자, 신촌 현대 유플렉스, 잠실 롯데월드몰, 여의도 IFC몰, 광교 갤러리아 등 6호점까지 개점했다. 당초 세포라는 올해까지 오프라인 매장 14곳을 오픈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올해 초 100평 규모의 명동점을 폐점했다. 이로써 현재 매장 수는 5곳에 불과하다.
이같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포라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체험형 서비스에도 제동이 걸린 데다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헬스앤뷰티(H&B) 시장 1위 CJ그룹 올리브영의 독주체제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올리브영은 전국 12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세포라가 국내에 상륙하기 앞서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는 지난 2016년 12월 론칭해 매장을 30호점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시코르도 명동점과 가로수길점 등 줄줄이 폐점하며 매장은 25곳으로 줄었다.
세포라는 국내 진출 1년째에 온라인몰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옴니채널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시코르 역시 디지털 가속화에 박차를 가한다. 올해를 203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세포라가 앞서 일본과 홍콩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현지화에 실패했던 만큼 국내 철수 가능성도 나온다. 세포라는 지난 2001년 일본 시장에서 2년 만에 철수했고, 홍콩에도 2008년 진출했다가 2년 뒤 온라인 사업만 남겼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세포라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위축된 데다 체험형 서비스 등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며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철수했던 전력이 있어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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