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명상마을 개원 기념' 봉암사 40년 만에 공개하려다…내부 논란에 철회
입력 2022-04-20 14:11  | 수정 2022-04-20 14:52
경북 문경의 희양산 봉암사 일원 / 사진=문화재청 제공
진범 스님 "명상마을 오시는 분께 죄송…불자들 못 들어오는 것 가슴 아파"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던 조계종 특별수도원 봉암사가 세계명상마을 개원 기념으로 열리는 '간화선 대법회' 참가자들에게 경내 순례 기회를 주기로 했다가 내부 논란으로 인해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봉암사는 약 1,100년 전 통일신라 헌강왕 때 지증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과거 태우 보우국사 등 많은 수행자가 이곳에서 정진해 선원으로서 유서가 깊은 곳입니다.

오늘(20일) 봉암사 등에 따르면 해당 사찰은 지난 1982년 조계종이 특별 수도원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당시 정부는 법주사가 있는 충북 보은 속리산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며 봉암사가 있는 경북 문경 희양산 지역도 포함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봉암사 측은 이러한 계획에 반발했습니다. 또한 사찰부터 희양산 정상으로 통하는 소유 부지 일대에 '입산 금지'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이곳에 머물며 수행하는 이들 외에는 봉암사 경내로 일반이 접근이 엄격히 통제됐습니다.


봉암사 측은 1년에 한 번, '부처님 오신 날'에만 경내를 일반인에게 공개해왔습니다. 이에는 석가모니 탄생을 온 세상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 봉암사 측은 인근 사찰 소유 부지에 들어서는 세계명상마을이 개원 기념 '간화선 대법회'를 열며 행사 참가자들에게 경내 순례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자 이에 응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내부에서 논란이 생겼고 결국 봉암사 측은 사찰 출입문을 계속 통제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봉암사 주지 진범 스님은 어제(19일) 기자들과의 차담회를 통해 "암사의 산문 개방을 못 한다. 내부적으로 그렇게 결론이 났다"며 "'천년 산문이 열린다'고 홍보가 나면서 (봉암사 안에서) 난리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문경의 조계종 특별수도원인 봉암사 주지 진범스님 / 사진=연합뉴스

이어 그는 "명상마을 오시는 분들께 미안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불자들이 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며 봉암사 경내 순례는 무산됐지만, 명상 마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또한 진법 스님은 "봉암사와 세계명상마을은 이와 잇몸 같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같은 (봉암사의)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로, 서로 협조와 협력을 해야 하지 않나. 크게 보면 부처님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봉암사는 해방 직후인 1947년 성철 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각오로 소위 '봉암사 결사'를 일으킨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 불교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곳은 석 달간 집중 수행 기간인 안거철에 전국에서 많은 수좌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안거, 동안거 기간에는 수행승 80명 정도가 이곳에서 정진하며, 안거 사이 기간을 뜻하는 산철에도 40명 정도가 선방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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