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는 한 사례일 뿐입니다. (미·중) 신냉전 시대는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문제가 불가피합니다. 이에 대비해 해외에 나간 (부품사 등) 공급망 기업들이 국내에 돌아와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이끄는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9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즉 유턴은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리쇼어링을 가로막는 규제를 빨리 완화해야 한다. 새 정부는 리쇼어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전반적으로 '교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리쇼어링 촉진을 새 정부 국정과제로 검토하면서 윤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했던 유턴 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요건 완화를 우선 추진한다. 인수위는 세제 지원 뿐 아니라 유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파격적 투자·고용 보조금 지원과 함께 주52시간 근로제 완화 같은 노동 시장 유연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자 인수위 지도부는 리쇼어링을 글로벌 공급망 대란 해결을 위한 한 열쇠로 보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국정과제에 리쇼어링을 넣었지만 목적은 주력 산업 경쟁력 제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전염병 사태의 일상화와 미중 신냉전을 계기로 리쇼어링이 한국 경제 생존을 위한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게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판단이다.
현재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 현황은 저조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진출기업 복귀법을 시행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복귀 기업은 총 108곳 뿐이다. 누적 고용 창출은 4980개, 총 투자액은 1조9748억원이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0~2018년 미국은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약 35만개, 외국인직접투자(FDI)로 40만7000개의 국내 일자리를 창출했다. 대만은 2010~2015년 사이에만 364개 기업이 복귀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국민의힘 의원, 통일부 장관 후보자)은 18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미국은 약 520억달러(약 64조3000억원), 일본도 2년 전부터 22억달러를 투자해 자국 기업 복귀에 공 들이는데 한국은 여전히 기업들이 돌아오기 쉽지 않은 나라"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 결과 국내 복귀 원하는 기업이 2년새 27.8%로 약 9배나 늘었지만 인건비와 겹겹의 규제로 여간해서는 리쇼어링을 결정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인수위의 가장 유력한 리쇼어링 '당근'은 세제 혜택확대다. 현행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은 '해외 사업장 양도·폐쇄 후 2년 내 국내 사업장 신·증설 완료'를 유턴 기업의 법인세 감면 조건으로 규정한다. 이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려주는 게 당선인 공약이다. 유턴 기업으로 인정되면 국내 신·증설 사업장의 소득세·법인세는 5년간 100% 감면된다. 또 수도권으로 부분복귀하는 공장은 3년간 소득세·법인세를 100% 감면해준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세제 지원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특히 리쇼어링을 촉진하려면 해외로 나간 기업의 노동 생산성을 국내에서도 맞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코로나 이후 국내 완성차 생산 중단 사태를 두 번이나 야기한 차량용 전선뭉치인 '와이어링하니스'는 대표적 노동 집약 제품이다. 유라·경신 같은 국내 생산기업이 중국에서 와이어링하니스를 양산하는 이유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기업의 리쇼어링 관건은 노동 규제를 풀어주고 중국·동남아에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가질 정도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유턴 기업의 생산성 보장을 위해 파격적 보조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추가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과 관련된 핵심 기업이 국내에서 공장을 신·증설해 추가 고용을 창출할 때 고용·투자 보조금을 지급해 수익성을 높여주는 방안이 우선 고려되고 있다. 주52시간제와 같은 노동 규제 완화도 검토 대상이다. 윤 당선인은 규제제로와 유턴 기업 보조금을 약속한 바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국민의당 대선후보 시절 '국내복귀'의 정의를 확대해 혜택 기업을 늘리고 투자·고용보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었다.
[이희수 기자 / 이종혁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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