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축아파트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 억제 정책 영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구축아파트 선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직방이 2011년부터 2022년 4월 4일까지 실거래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매매거래 1035만3156건을 분석한 결과, 매매시장에서 서울 구축아파트(입주연차 30년 이상)와 일반아파트(입주연차 5년~29년)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에는 구축아파트가 일반아파트보다 4%가량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데에 그쳤다.
2011년에는 구축아파트가 일반아파트 대비 30%가량 높은 가격대를 기록했지만, 2017년 18%를 기록한 이후 수요자들의 구축아파트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20년에는 1%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전세거래의 경우 올해 구축아파트가 일반아파트 대비 21% 가까이 낮은 가격에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전진단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지위양도제한 등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비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구축아파트와 일반아파트 매매가 차이가 축소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신축아파트(입주연차 5년 미만) 선호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서울 기준 일반아파트보다 신축아파트 매매가격이 38%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40%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시장에서도 신축아파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10년대 초반 신축아파트의 가격은 일반아파트와 비교해 10~20%정도 높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가격 차이가 30% 이상 벌어졌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올해 신축아파트 가격이 일반아파트보다 60% 이상 높은 곳은 전라북도와 울산광역시, 대전광역시 등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세종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에서 신축아파트가 수요자들에게 더 환영받았다. 세종시의 경우 5년 미만 신축 아파트가 대부분 신도시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입지 요인 통제 시 신축아파트와 일반아파트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현재 수도권 매매시장에서 포착되는 구축아파트 선호 현상은 해당 지역의 향후 재건축 사업 기대심리가 매매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재건축 기대심리가 미약한 전남, 광주, 대전 등 지역은 주택 노후화로 인한 불호 현상이 가격에 반영돼 구축이 일반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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