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조금씩 거래절벽에서 헤어 나는 모습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6억원 이하 전용 60㎡ 미만 아파트가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고가와 중대형보다는 저가·소형 아파트 위주로 수요가 쏠리 탓이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선 이후 이달 14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총 947건으로, 이 중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총 425건(44.9%)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6억원 이하 거래 비율(33.7%)보다 11.2% 포인트 오른 수치다.
6억원 이하 주택은 서민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제한되는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율은 작년 23.9%에서 올해 대선 이후 21.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을 한푼도 받을 수 없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15.7%에서 12.1%로 감소폭이 더 컸다.
업계는 대출 규제 속에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고가주택 거래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한다. 동시에 대선 이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기 지역의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따른 저가 위주의 매도가 늘었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아파트 규모도 전용 60㎡ 이하 중소형 위주로 크게 늘었다. 대선 이후 해당 주택형의 거래 비율은 61.1%로, 작년 동기 48.9%를 10% 포인트 이상 크게 웃돌았다. 이에 비해 전용 85㎡ 초과는 작년 16%에서 11.7%로 4% 포인트 이상 줄었다. 그동안 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던 전용 60㎡ 초과∼85㎡ 이하도 8.1% 포인트(35.2%→27.1%) 줄었다.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11일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다주택자들이 담보가치 상승력이 높은 지역보다는 외곽지 주택을 먼저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지난달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91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 참조)이 신고돼 지난해 12월(1126건) 이후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별 거래량은 도봉구가 55건으로 2월(16건)에 비해 243.8% 급증했다. 노원구(117건)도 전월(55건) 대비 112.7% 늘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양도세 중과 완화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 나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이 늘고 있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적용을 위해 잔금을 시행일인 내달 11일 이후 치르려는 다주택자가 대부분이라고 전해졌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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