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산업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만 인력·기술 탈취에 나서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 타임스 최근 대만 스파이 수장들의 과제는 자국의 가장 수익성 높은 상품이자 세계 경제의 힘의 원천인 마이크로칩 인력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은 인구가 2400만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TSMC와 대만은 중국과 미국 간 패권 싸움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야기된 반도체 부족 사태와 국제 긴장 고조는 대만 반도체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반도체 산업에 1000억달러(약 123조원)를 퍼부었으나 낭비성 투자와 공산당 관료들의 비효율적인 하향식 결정으로 모두 실패로 끝났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야망 저지를 위해 기술 제재를 가하고 시진핑 국가 주석의 강박적인 '제로 코로나' 추구로 상하이와 선전 등 주요 금융·기술 도시가 봉쇄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육성을 열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류허 부총리를 중국의 마이크로칩 독립을 추진할 반도체 최고 책임자로 임명했다.
중국은 최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만의 산업 정보를 빼내고 인력을 탈취하기 위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늘리고 있다.
대만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로이터 통신에 간첩 조사기관인 법무부 조사국이 스파이 활동 등과 관련해 중국 기업 100여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이미 7개 중국 기업을 기소했고 27개 기업을 단속하거나 소유주들을 소환 조사했다.
대만 시민이 중국 기업을 위해 일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같은 민감한 업종의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인력 채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이를 피해 케이맨제도 같은 조세 회피처나 유령회사 등을 이용, 대만이나 외국 기업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경제정책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중국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할 수 없을 때는 다른 길을 찾는다"며 "대만은 많은 인재를 잃었지만 추가 두뇌 유출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2020년 중국의 반도체 공작에 대응하기 위해 법무부 조사국 내에 태스크포스를 조직하기도 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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