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교수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 당시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는 우리나라 국회 사진을 공유하면서 아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 아르티옴 루킨 극동연방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 당시에 촬영된 사진을 리트윗했다. 게시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한 나라 중 한국이 최소 참석자 기록을 세웠다"며 "텅 빈 좌석을 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루킨 교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한국도 국제사회의 군사적 지원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점을 부각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규탄했다.
또 루킨 교수는 한국에서 러시아산 킹크랩 가격이 떨어지자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기사도 가지고 왔다. 그러면서 "보통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맛있는 해산물이 동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서방국가가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 명령을 내리고, 중국 상하이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봉쇄를 결정하면서 러시아산 해산물이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특히 러시아산 활 대게의 평균 낙찰 가격이 연초 대비 반값 가까이 급락하면서 대게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강당에서 약 15분 동안 진행됐다. 그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은 300명 중 50여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 전화를 만지는 의원들이 목격됐다고 전해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종료됐을 때 기립박수도 터지지 않았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계 23개국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는 24번째였다. 미국 상·하원 연설 때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기립박수를 쳤다. 일본 국회 연설 때에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약 500명의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핀란드와 이탈리아 의원들 역시 대부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불참한 의원들 명단 공개해라", "누가 안 왔는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 대통령이 호소하는데 15분을 못 참고 조는 건 무슨 경우냐", "국회의원도 9 to 6 지켜라", "매너가 없네", "다른 나라 의원들은 시간 많아서 갔겠느냐", "국격은 포기한 건지"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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