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곳곳에서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 방배동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구역만 10곳이 넘는다.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들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방배6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818-14번지 일대에 지하 4층에서 지상 22층 규모의 아파트 16개동(1097가구)과 부대복리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단지명은 '래미안원페를라'다. 하나를 뜻하는 영어 원(One)과 진주를 의미하는 페를라(Perla)를 조합했다.
이밖에도 방배13구역과 방배14구역 등 이주가 어느 정도 완료돼 철거가 진행 중인 곳도 있고, 조합설립인가가 떨어진 방배7구역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방배15구역 등 이제 첫 발을 뗀 곳도 있다. 방배삼익아파트는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방배5구역은 착공을 앞두고 오염토 정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배5구역과 방배13구역의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한 구역으로, 사업시행인가 후 3년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방배13구역의 입주권 시세는 전용면적 59㎡ 배정이 예상되는 매물은 16억원 안팎이고, 84㎡ 배정이 예상되는 매물은 22억원 수준이다.
고급 빌라와 단독 주택, 아파트가 뒤섞여 들어선 방배동은 과거 대표적인 부촌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인근 행정구역인 반포동에 신축 아파트가 대거 올라서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부촌 타이틀을 넘겨주게 됐다. 이후로도 대형 개발 호재가 없고, 기반시설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좀처럼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4월 개통된 서리풀터널로 강남 테헤란 업무지구로 이동이 수월해지고,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대단지가 구축될 전망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기에 서울고·상문고·세화고·서문여고 등 학군지 선호 수요를 소화해낼 수 있는 명문학교도 많다.
KB부동산 관계자는 "방배동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1만가구가 넘는 대규모 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게 될 예정"이라며 "강남·반포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2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고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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