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그리고 은퇴. 현대의 우리에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직장에서 나온 뒤 국민연금을 받기 전인 50∼64세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 퇴직자 55%가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약 12.5년간의 소득공백을 메우기 위해 재취업하고 있었습니다. 또 3명 중 2명꼴로 생활비를 30%정도 줄이는가 하면, 퇴직자 10명 중 4명은 새로 구한 일을 그만두면 1년 안에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릴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주변 경조사를 챙기고, 여행도 가는 등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월 4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은 은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정년을 '꽉' 채워서 하는 일반적인 은퇴를 비롯해 노후 현금흐름을 잘 만들어 놓은 '금퇴족(金退族)', 이른 은퇴인 '파이어족'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시리즈에서는 3040세대의 관심사인 파이어족에 대해서 알아 봤다면 이번엔 4050세대 '금(金)퇴족'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노후에 돈 걱정없는 '금퇴족' 비결은
직장인들의 경우 대개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만 '크레바스 공포' 상대적으로 덜한 금퇴족에겐 나름의 비결이 있습니다.
행복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50세 전후에 주된 직장인 1막을 마무리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퇴직자 절반 이상(55.1%)은 경제적인 이유로 재취업(37.2%)을 하거나 창업(18.9%)을 하곤 합니다. 이에 반해 금퇴족의 월 평균 생활비는 308만원으로, 전체 퇴직자보다 56만원을 더 지출하면서도 현재 생활비를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들의 평균 금융자산은 40∼44세가 2억원, 45∼49세가 3억2000만원, 50∼55세가 3억90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진 = 하나금융]
복수의 금퇴족은 "그동안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은 꼬마빌딩을 사려고 노력하고, 실제 소유하면 '갑(甲)물주'로 통할 정도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편히 100세 넘어도 일정 수입이 들어오는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은퇴 이전의 삶이 나와 가족에 대해 의무를 다하며 자산을 불리는 시간이었다면, 은퇴 이후의 삶은 적당한 수준의 돈으로 내 삶의 권리를 최대한 누리면서 살 것"이라고 말합니다.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대문 시장 인근 거리에 폐업한 식당 입구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 = 연합뉴스]
금퇴족이 되기 위한 '골든타임'은 40대 언저리였습니다. 금퇴족과 전체 조사 대상의 금융자산 격차는 30대 초반엔 1000만원에 불과했지만, 40대 초반(40∼44세)은 1억2000만원으로 벌어졌습니다. 50대에는 2억원 이상으로 격차가 계속되었습니다.금퇴족은 전체 응답자의 8.2%에 불과했는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에 이른 나이에 가입해 일찍부터 노후준비를 했다는 것. 금퇴족의 28%는 30대 초반에 연금에 가입돼 있고, 이들은 주식이나 펀드 등의 금융자산으로 노후자금을 운용하기도 합니다. 40~44세의 경우 일반 펀드와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을 통해 금융자산 중 15%를 주식에 배분했습니다. 45~49세는 전체 금융자산의 59%를, 50~55세는 58%를 펀드에 투자했습니다.
또 금퇴족들은 재테크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금융회사에서 하는 자산관리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재테크 관련 도서를 챙겨 읽는 방식이었습니다.
또 '내 집 마련'으로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는 한편 주택연금으로 노후재원을 확보했습니다. 금퇴족의 10명중 9명정도는 주택을 보유한 상태고, 절반정도가 35세가 되기 전에 첫 주택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퇴족의 10명중 7명정도는 부동산에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주택 외 부동산을 갖고 있었습니다. 주로 주택(47.6%), 토지(25.6%), 상가(13.4%), 오피스텔(12.2%) 등이었습니다. 즉 금퇴족은 경제활동이 아니더라도 금융자산과 임대소득 등으로 다양한 생활비 원천을 준비해 놓은 것입니다.
그럼, 은퇴 이후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과연 자산을 얼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행복연구센터 관계자는 "금퇴족이 되기 위해선 40대 초반까지 금퇴족이 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연금자산을 미리 준비하고 금융투자를 실천하는 것이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각각 1988년과 2005년 도입되면서 1970년생 이후 세대는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이 준비되고 있다"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급여의 5~10%만 개인연금으로 꾸준히 투자해도 노후자산을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294만원, 최소 생활비는 205만원이었습니다. 노후에 필요로 하는 지출 규모를 대략 뽑아 봤다면, 다음은 현재 준비 재정 상황과 비교해 보면 됩니다.
복수의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노후 설계의 핵심은 3층 연금입니다. 1층은 국민연금과 공무원, 교직원 연금 같은 공적연금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고, 2층은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으로 표준적인 생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부족한 노후 준비자금은 개인연금이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상품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이 대표적 입니다.
연금 가입 서둘러야 하는 이유
재테크 전문가들은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등을 활용해 부족한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소득 크레바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연금저축보험은 기본 4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경우 16.5%를 최대 66만원까지, 총 급여 5500만원 또는 종합소득 4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13.2%를 최대 52만8000원까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지방세를 포함해 50세 이상,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면 최대 66만원까지 세금을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600만원까지 확대되면서 600만원을 납입 시 올해까지는 99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총 급여가 1억2000만원을 넘거나 종합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면 세액공제는 3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사진 = 하나금융]
연금상품을 경제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한살이라도 젊을 때 적은 금액으로라도 납입 기간을 확보한 뒤 소득이 늘어나면 보험료를 추가 납입하는 게 현명한 방법으로 꼽힙니다. 이렇게 하면 가입자는 판매 수수료 등 사업비를 적게 부담할 수 있고, 5년 마다 개정하는 표준생명표(경험생명표)상 얻는 경제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생명표 적용 시 생존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보통 연금보험료는 올라가고, 사망보험료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1회 경험생명표(1989~1991년) 적용 당시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수명은 65.75세, 여성은 75.65세 불과했지만 가장 최근 개정인 9회 경험생명표(2019년~현재)에서는 각각 83.5세, 88.5세까지 크게 늘어났습니다.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생명표 적용 부담이 커지는 연금보험은 소득이 생기기 시작한 때부터 적은 금액이라도 먼저 가입해 놓고, 향후 추가납입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여러모로 경제적"이라고귀띔합니다.
한편 현재 나의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수령액이 궁금하다면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서 예상 연금액을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얼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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