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부분 파편화된 손이나 발이 언뜻 언뜻 물 같은 이미지 위에 출몰한다. 꿈 장면처럼 무의식을 다루는 것도 같다. 무언가 잡힐 듯도 한데 잘 모르겠다.
세계적인 미디어작가 박제성의 '물에 함께 들어갑니다'(2022)는 육체가 없는 인공지능(AI)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법을 시각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학습시켜 제작한 미디어영상이다. 육체가 없으면서 수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발칙한 상상은 인간이 AI를 대하는 방식이나 상황에서 모순을 드러낸다. 인간에게 과연 몸(육체)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여자가 활을 잡으면서 몸의 무게를 싣고, 남자는 여자의 심장을 향해 화살촉을 겨눠서 둘중 하나라도 균형을 놓치면 화살이 쏘아질 태세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둘의 심장소리는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화살을 겨둔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과 팔이 심하게 흔들린다. 위험천만 순간에 도달한 듯 마지막에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4분10초 영상이 끝난다.
rest energy(1980) [사진 제공 = MOMA]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76)가 당시 남자친구였던 울레이와 함께 벌인 퍼포먼스 '레스트 에너지'(1980)이다. 파격적인 전위적인 예술로 유명한 작가지만 이 작업이 가장 하기 어려웠다고 뉴욕 개인전 관련 인터뷰에서 밝혔다.이 작가가 전시의 기획의도를 접하고 기꺼이 본인 작품을 출품한 전시가 바로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2관에서 열리고 있는 '몸 ∞ 맘, 몸과 맘의 뫼비우스'전시다.
퍼포먼스아트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부터 파리 올림픽의 핸드오버 세레모니를 담당한 안무가 사덱 와프까지 국내외 작가 17팀이 참여해 설치, 영상, 회화 등 35여점을 출품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와 아트를 결합한 주제를 통해 새로운 예술 장르 확장을 모색해보기 위해 기획공모 형식을 통해 전시기획자를 발굴 및 육성하는 기획전을 올해 처음 마련했다. 올해 선정된 독립큐레이터 김승민은 "팬데믹과 기후 변화 등으로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과 스포츠 정신의 공통점을 조명함으로써 휴머니티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5년간 리버풀 비엔날레 도서관,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 파리 유네스코 본부전, 직지코리아 주제전 등 대형 전시를 맡았다.
소마미술관 측은 "스포츠와 아트가 담고 있는 몸과 마음의 상관성을 대중성과 역사성까지 포괄해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스포츠아트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시 제목은 '몸과 마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대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술 작품을 통해 '몸(육체)'과 '마음(정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며 도전하는 스포츠와 예술의 문화적·역사적 관계성을 풀어간다.
전시는 크게 세 주제로 나뉜다. 스포츠를 즐길 때 보여지는 인체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몸몸', 과학의 발전과 함께 개척되는 스포츠와 예술의 모습을 담은 '레디 & 고', 마지막으로 육체와 정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와 예술의 교점을 보여주는 '브라보'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올림픽이 발생한 그리스시대 조각인 미론의 '원반던지는 사람'(기원전 450년 전후) 이미지부터 관람객을 맞이한다. 한국에 처음 스키가 도입됐을 때의 광고 등 기록을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도 흥미롭다.
모리츠 발데마이어, 검의 길, 2022
빛의 디자이너 모리츠 발데마이어는 '검의 길'이라는 관객 참여형 작업을 통해 무예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오래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휴대전화로도 멋진 인증샷을 찍을 수 있어 흥미롭다. 파울라 가르시아는 자석화된 갑옷을 입고 참여자들이 던지는 무거운 못들을 견뎌낸 데 이어, 직접 차 안에 들어가 스턴트맨이 운전하는 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퍼포먼스로 인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기록했다.동양화가 오민수는 거대한 현대적 산수화를 통해서 경쟁과 도전보다는 어울림과 조화의 시각에서 자연과 인간을 조명하고 다양한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숨은그림 찾기처럼 재미있게 표현했다. 작가는 전시 기간 중 전시장에 들어와 사람들 모습을 추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기획전의 예산 탓이겠지만 미디어영상 작업 외에는 유명 원화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 다만 융합적 주제를 풀어가기에 적절한 작품과 설명이 더해져 올림픽공원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나 데이트족들도 챙겨 볼 만하겠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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