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낮 길거리' 부부 살인 피해자…피살 직전 경찰에 두차례 "도와달라"
입력 2022-04-11 22:28 
범행 10분 전 A씨와 50대 부부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부산경찰청]

부산 북구 구포동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이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피살 위험을 느낀 피해자가 경찰에 두 차례나 신고해 "도와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다. 피해자는 처음부터 '누가 남편을 붙잡아 흉기를 들고 위협한다'고 신고했는데도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떠난 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중년 부부는 대낮에 길거리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
10일 부산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30대 남성 A 씨와 그의 어머니 B 씨가 지난달 2일 오후 4시 40분경 부산 북구 구포동 주택가에서 50대 부부인 C 씨(남편)와 D 씨(부인)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D 씨는 사건 당일 오후 3시 9분과 4시 16분 112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첫 신고 때는 "A 씨가 칼로 남편을 위협한다"고 했고, 두 번째 신고에선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
당시 1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0여 분 간 자초지종을 들은 뒤 A 씨 모자의 몸을 수색했다. 수색에서 별다른 흉기가 발견되지 않자 양측을 분리한 뒤 철수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툼을 이어갔고, D 씨는 약 1시간이 흐른 뒤 다시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재차 상황을 파악했으나 범죄 혐의점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오후 4시 33분 철수했다. 경찰 철수 7분 후 A 씨는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휘둘렀고, C 씨 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둘 다 사망했다.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자 부산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출동 때 A 씨와 C 씨가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 강력범죄 발생 여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경찰이 확실하게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부부와 A 씨 모자는 10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A 씨 모자는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해왔고 피해자 부부는 이를 거절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오전에도 A 씨는 C 씨에게 "죽어야 한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흉기를 들고 남편을 붙잡아 둔다는 신고 내용만 봐도 특수협박이나 특수감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현행법상 연행이 어렵더라도 분리조치 등 적극적으로 신고자를 보호해야 했다"고 말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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