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스크 내리고 인생샷"…'벚꽃 팝콘'에 코로나 잊었다 [르포]
입력 2022-04-11 11:48  | 수정 2022-04-11 12:54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 인파가 몰린 모습. [최아영 기자]

"3년 만에 벚꽃 구경 실컷 했어요. 사람 정말 많네요." (30대, 직장인)
지난 주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일대는 3년 만에 개방된 벚꽃길을 찾은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중로는 서강대교 남단에서 의원회관 사거리에 이르는 여의서로 1.7㎞ 구간이다. 매년 4월경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서울의 대표적 벚꽃 명소로 꼽힌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면 통제됐고 지난해에는 추첨 예약제로 소수만 입장이 가능했으나, 올해는 단계적 일상회복 속 오는 17일까지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 여의도 윤중로, 주말 나들이객 인산인해


10일 오후 2시경 들러본 윤중로는 완연한 봄 날씨 속 흩날리는 벚꽃에 너도나도 웃음꽃이 만개한 모습이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벚꽃 인증샷'에 열중하는 이도 많았다.
가족과 함께 온 A씨는 "3년 만에 꽃구경을 나왔다. 오랜만에 벚꽃길을 걸을 수 있어 좋다"며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이제 슬슬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벚꽃 데이트를 하러 온 B씨는 "따뜻한 날씨에 벚꽃이 가득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면서 "코로나에 걸릴까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그보단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고 밝혔다.

윤중로 인근 식당과 커피숍 역시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등포구가 코로나 유행 상황을 고려해 벚꽃길 내부 취식을 전면 금지하자 주변 상권이 평소보다 훨씬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벚꽃 나들이를 하러 온 C씨는 "친구랑 벚꽃 구경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려다 카페 네 군데를 돌았다"면서 "여기저기 사람이 꽉 차 있으니 벚꽃길 취식을 금지한 게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 양재천 방문객 몰려…'턱스크' 산책도


양재천 벚꽃길을 찾은 시민의 모습. [이하린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양재천에도 구름 인파가 몰렸다. 양재천 벚꽃길 역시 코로나 확산 여파로 지난 2년간 제한적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활짝 열렸다.
이날 낮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크게 올라간 만큼 한 손에 겉옷을 들고 있거나 반팔, 반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을 한 이가 많았다. 데이트를 하러 온 커플부터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시민까지 다양했다.
반려견과 함께 꽃구경을 나온 D씨는 "벚꽃 아래서 견생샷(반려견 인생샷)을 남기려 들렀다"면서 "여의도나 석촌호수보다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 양재천에 왔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걷거나 벤치에서 간식을 먹는 이도 곳곳에 보였다. 벚꽃 개화기간동안 구간 내 음식물 섭취와 노점상 영업이 금지돼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또 턱스크(마스크로 턱만 가리고 입과 코를 가리지 않는 것)을 하고 걷거나 사진을 찍을 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이도 많았다.
어머니와 같이 양재천을 찾은 E씨는 "근래 본 것 중 사람이 가장 많은 날"이라며 "코로나 불안감도 많이 없어져서 마스크를 슬쩍 내리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 질병청, 마스크 착용·실외취식 금지 당부


이 밖에 송파구 역시 3년 만에 석촌호수 벚꽃길을 열었으며 워커힐 산책로, 올림픽공원, 선유도공원 등 곳곳의 벚꽃 명소가 주말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서울 지역 외 경남 창원의 진해 군항제, 대전의 대청호 벚꽃축제, 경북 경주 벚꽃축제, 충남 계룡산 벚꽃축제도 큰 축제는 열지 않지만 방문객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방역당국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인원이 몰릴 수 있는 만큼 방역 수칙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벚꽃 명소의 경우 사람들이 몰려 거리두기가 어려운 환경이므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불특정 다수의 인원이 몰려 밀접도가 매우 높아진 실외 환경에서는 실내만큼이나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자신의 안전과 타인 배려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실외취식 금지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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