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1.25% 올랐지만 정작 재벌 부인은 '면세'
차기 총리 유력후보에서 추락…미국 영주권
차기 총리 유력후보에서 추락…미국 영주권
영국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꼽히던 재무부 장관이 부인의 세금 문제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얼마 전가지만 해도 리시 수낙(42) 장관은 영국에서 '엘리트 정치인'이라고 불릴 만큼 유능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을 때도 유급휴직 등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 포평을 받기도 했고,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배경에 고급 양복을 즐겨 입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워너비' 였습니다.
하지만 수낙 장관의 이미지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장기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세금 인상을 추진하며 여러 논란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소득세와 같은 개념인 영국의 국민보험 분담금은 지난 6일부터 1.25%나 올랐습니다. 터무니없는 요금 인상 소식에 화난 시민들은 이어 보도된 수낙 장관의 아내 아크샤 무르티가 해외 소득에 관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했습니다.
무르티는 인도 IT 대기업인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로, 회사 지분 약 7억 파운드(약1조1천여억원) 어치를 보유중입니다. 그런데 그가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공분을 산 것입니다.
송금주의 과세제는 1799년 시작된 제도로, 영국 장기체류 외국인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낼 경우 해외 소득을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입니다. BBC는 해당 제도를 통해 그가 연간 약 3만 파운드(4천8000만원)를 지불하고 210만 파운드(33억원) 세금 납부를 교묘히 피해갔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수낙 장관은 공직자가 아닌 부인을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인도 국적이고 미래에 부모를 돌보러 귀국할 예정이므로 제도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수낙 장관이 임명 후에도 1년 넘게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미국에 세금 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시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이에 무르티는 모든 해외소득에 관해 세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지만, 인도 국적과 장기체류 외국인 자격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더욱 공분을 샀습니다. 이는 2억8천만달러(3천438억원)에 달하는 영국 상속세를 피하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
수낙 장관은 최근 자료유출 관련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공직자 윤리 위반사항이 있는지 자신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