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테슬라처럼 주식 쪼개는 국내 상장사들…효과는 '글쎄'
입력 2022-04-10 17:28  | 수정 2022-04-10 21:26
최근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자 주요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에 나서기 위해 액면 분할(주식 분할)을 결정하는 일이 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이 그간 주식 분할로 모멘텀마다 주가를 받치는 사례가 많아 국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 상장사들의 상승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동원산업, F&F, 지아이텍,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I&C 등 기업 10곳이 주식 분할을 공시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24곳, 2020년엔 16곳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현재 추세대로면 더 많은 기업이 주식 분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악재들로 증시가 하락하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주가 띄우기'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액면 분할은 기존에 거래하던 주식 1주를 여러 주로 쪼개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보통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거나 거래량이 적을 때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실시하는 만큼, 신규 투자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선 현금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 정책과 달리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 분할을 호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 테슬라는 2020년 8월 기존 1주를 5주로 나누면서 약 3주간 주가가 80% 이상 폭등한 바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1년7개월 만에 또다시 주식 분할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8% 올랐다.

다만 액면 분할이 모두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내 상장사에서 미국의 고가 대형주와 같은 주가 급등은 힘들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50대1의 주식 분할에 나섰지만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약 1년6개월 후인 2019년 11월이 돼서야 액면 분할 당시 주가를 회복했다.
올해 들어 주식 분할을 결정한 10곳 가운데 공시 이후 상승폭이 10% 이상인 기업은 신세계I&C, 광주신세계, DI동일, 신영와코루 등 4곳에 그친다. 심지어 지아이텍, F&F는 주식 분할을 결정한 날보다 주가가 각각 7.13%, 13.48% 더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주식 분할이 기업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공시 이후 단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은 괜찮은데 유통 물량이 너무 적은 기업들은 주식 분할로 주가 부양 효과를 볼 수 있겠고 호재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조건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주식 분할에 따른 신주 교부일을 앞두고 있는 신세계그룹주와 F&F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주식 분할을 공시한 신세계그룹주는 11일 신주를 교부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광주신세계는 보통주 1주당 가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분할하기로 했다. 신세계I&C는 보통주 1주당 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해 발행 주식 총수는 172만주에서 1720만주까지 늘어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8년 5월 휠라홀딩스는 신주 교부 이후 한 달간 20%, 6개월간 91%의 주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F&F는 8일부터 12일까지 액면 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기간이 지난 후 13일이 신주 교부일이다. F&F는 보통주 1주당 가액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동원산업도 최근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추진과 함께 주식 분할을 공시했다. 현재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1주가 1000원으로 분할되고, 발행 주식 총수는 367만주에서 1838만주로 확대된다. 올해 9월 8일부터 같은 달 14일까지 거래가 정지되며 신주권 상장 예정일은 9월 15일이다.
[김금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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