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식 물가 오르자 밀키트 수요 급증…"대체재 역할"
입력 2022-04-08 13:00 
이달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외식 물가가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이 다시금 장보기에 나서고 있다.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외식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접 조리에 나선 것인데 밀키트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이달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6.6%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였던 지난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밀과 쌀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올해 2월 칼국수 평균 가격은 7962원이다. 1년 전 7308원보다 8.9% 오른 것인데 일부 유명 맛집은 이미 칼국수 한 그릇에 1만원을 받기도 한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 인상에 나섰다. 교촌치킨과 bhc치킨,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도미노피자, 피자헛, 피자스쿨, 버거킹, 롯데리아, 노브랜드버거, 서브웨이, 파스쿠찌,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등이 모두 가격을 올렸다.

정부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이른 시일 내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 또한 급등세여서 식자재를 수입해오는 데 드는 유통 비용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소비자들은 외식이나 배달주문 대신 직접 장보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마트가 이달 7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과 채소 매출은 전월보다 17%, 12% 각각 상승했다. 통조림과 조미료·소스·기름류 매출도 전월 대비 16%, 9%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밀키트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목할 것은 밀키트 수요가 높다는 점이다.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에 따르면 '삼색봄나물 소불고기 전골'이 지난달 첫 주에 전주 대비 30.5% 주문량이 늘었다. 편의점 GS25에서는 전 지역에서 밀키트 매출 신장률이 35.5%를 기록했다.
당초 식품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에 접어들면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어나 밀키트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외식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밀키트를 대체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식보다 저렴한 점도 있지만, (소비자가) 장을 볼 때 모든 재료를 다 사다 놓고 손질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담겨있는 밀키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자주 먹지 않는 식자재를 샀다가 상해서 버리는 등의 낭비를 막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밀키트가 그 자체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대체재 역할을 하느라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외식 물가가 상승하면서 대안으로 꼽혀 특수 아닌 특수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키트가 외식보다 저렴한 경향은 있지만, 그렇다고 금액 차이가 큰 편도 아니다"라며 "자체 경쟁력 없이 대체재 역할에만 그치면 반드시 수요가 꺾이는 시점이 온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밀키트의 가성비가 떨어지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이 많아 번거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장보기에 나섰는데 지출을 줄일 뚜렷한 길은 보이지 않자 밀키트로 몰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