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예술 아니겠는가. 각자 고유한 세상 경험에 대해 느끼는 본인 감정에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영국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이클 크레이그-마틴(81)은 지난 7일 본인의 예술관을 이같이 밝혔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고전 'Here and Now에 맞춰 4박 6일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전속 갤러리 가고시안 협력을 얻어 국내 UNC갤러리 주최로 개최됐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그는 골드스미스대 교수로 재직하며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오피, 트레이시 에민 등 젊은 대세 작가들을 배출한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도 받았다.
Private Dancer, 1984, Steel rod and oil paint on aluminum, 247.7 x 175.3 x 61 cm ⓒ Michael Craig-Martin. [사진 제공 = UNC]
그동안 국내에서도 개인전을 수차례 열었지만, 좀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이번 회고전에 1973년부터 올해까지 50년간 작품 150점을 모았다. 특히 본인의 디지털 자화상과 월페이퍼 디자인도 첫선을 보였다. 쉰 중반께야 본인 작업이 분명해졌다는 그는 "평생 끈질기게 작업해 왔음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이번 전시는 그가 처음 개념미술을 선보였던 'An Oak Tree(참나무)'(1973)에서 출발한다. 물이 반쯤 담긴 유리컵을 두고 작가가 '참나무'라고 우기는 작품이다. 일견 팝아트처럼 보이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도 이같은 개념미술의 확장된 형태다. 작가는 거대한 캔버스나 알루미늄 패널 위에 크레페종이로 만든 검정 테이프로 아이폰이나 우산 등 평범한 일상용품을 단순한 윤곽으로 표현하고 제한된 수의 색깔을 배합해 만드는 회화로 유명하다.
Untitled (8 panel), 2001, Acrylic on canvas, 254 x 101.6 (each panel) cm [사진 제공 = UNC]
작가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대량생산품을 주로 그리는데, 색깔을 통해 일상적 사물이 특별한 것으로 변화한다"며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에 관심있다"고 설명했다.작가는 이전에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적은 있지만, 일반적인 팝아트 장르와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개념미술로서) 참나무가 'absolute work(완벽한 작품)이었어서 같은 방식으로 더 전개시킬 필요는 없었다"며 "1978년경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동굴화처럼 벽화작업으로 다시 시작해 오늘날 작업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Les Meninas II, 2001, Acrylic on canvas, 274 x 223.5 cm [사진 제공 = UNC]
실제 그는 회화작품 '카세트'(2002)를 가리키면서 "이 물건의 재료나 크기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생각하고 얘기하는데서 상상력이 작동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한 전속 갤러리 가고시안 디렉터인 한나 프리드버그도 "일반적인 팝아트와 다르다"고 강조했다.작가는 "내가 10%의 정보를 주면 관람객이 90%를 채우길 바란다"며 "각자 고유한 세상 경험에 대해 느끼는 본인 감정에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다양성'이야 말고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 믿어, 교수 시절 제자들에게 본인과 다르게 일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하는 많은 것들의 위대함을 본인이 모르고 있다"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하면 모든 존재가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이한나 기자]
그는 알파벳 같은 언어도 일종의 추상적인 사물로 표현하거나 세계적 명화를 그나름의 방식대로 해석한 그림, 미디어영상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코로나 격리 초기 유일하게 갈 수 있던 슈퍼마켓에서 이전에는 안보였던 꽃과 과일, 야채가 눈에 들어와 그리기 시작했고, 마스크와 줌회의를 주제로 한 최신작도 선보였다.9일 오후 3시 작가 사인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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