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부서 회식인데 빠져나갈 핑계가 없네요."
인천 소재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A(29)씨는 평소 주량이 세지 않아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한동안 회식이 없어 마음이 편했지만, 이번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오랜만에 회식이 잡히자 불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게 됐다.
A씨는 "코로나 상황 중 회사를 옮겨 술을 좋아하지 않는 걸 동료들이 몰랐는데 이제 딱 걸린 셈"이라며 "부장님과 차장님이 술을 좋아하신다고 들어 회식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에 (저를) 싫어하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초인 지난 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적모임 기준 10명·영업시간 제한 자정까지로 완화됐지만, 직장인들은 마음껏 웃지 못하고 있다. 부서 회식 등 일부 '비호감' 직장문화가 되살아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코로나19로 다소 경직됐던 업무 활동이 거리두기 완화로 함께 풀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대다수의 직장인은 회식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교육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B(24)씨는 "회식 부활로 (동료간) 말이 많다"며 "그동안 인원제한 때문에 '모이자'는 말이 없었는데 슬슬 환영회나 회식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상사가 코로나에 회식 잡는 걸 눈치봐 왔는데 요새 '편하게 모이자'라고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인턴사원(25)도 "지금까진 회식 없이 소규모로 점심을 먹는 정도였다"며 "점심 자리도 생각보다 불편했는데 저녁 회식이 굳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서 회식 뿐 아니라 업무상 저녁 미팅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도 있다.
제약업체 영업부에 속한 C(34)씨는 "코로나로 다들 힘들기에 할말이 아닌 건 알지만, 솔직히 저녁 미팅이 없어 편했다"며 "약소한 선물 등으로 인사를 대신해왔는데 이제 다시 저녁마다 미팅 불려갈 생각에 아찔할 정도"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이젠 사회 분위기가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란 생각을 한다"며 "난 이제 8년차라 어쩔 수 없지만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겐 애초부터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회식 안 하겠다'고 적극 말하라고 코칭한다"고 밝혔다.
자제하는 분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 IT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D씨는 "이번주 회식을 했는데 오후 10시가 넘자 사람들이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며 "예전이면 '오늘 죽자'하고 마셨을텐데 오후 9시 넘기자마자 다들 피곤하다며 파장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1차에서 끝난 회식이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식당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회사가 밀집한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E씨는 "특별히 단체 회식 예약이 늘어나진 않았다"며 "인원·시간 제한이 다 풀려봐야 겠지만 현재로서는 거리두기 완화가 체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지 않았고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는 회사도 다수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 비율 50%를 유지하면서 회의·회식 금지 지침을 당분간 연장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필수 인력 외 전원 재택근무를 이어가면서 구성원간 회식을 금지하고 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 안채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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