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명의로 1천 400만 원 후원금 전달돼
구 대표 "업무 도와준 것뿐인데 안타까워"
구 대표 "업무 도와준 것뿐인데 안타까워"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는 구현모 KT 대표 측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구 대표는 오늘(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업무상 횡령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발언권을 얻고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도 몰랐고 이것을 통해서 얻은 이익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타 부서 업무를) 단지 도와줬을 뿐인데 이 자리까지 온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경영진들이 파렴치한 사람이 돼 있어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구 대표 측 변호인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불법 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KT 임원 9명도 구 대표 측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앞서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4년부터 4년 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11억 5천만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비자금을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100만∼300만 원씩 금액을 나눠 후원회 계좌로 이체했습니다.
구 대표 등 KT 전·현직 임원 10명은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구 대표 명의로는 국회의원 13명에게 1천 400만 원의 후원금이 건네졌습니다.
검찰은 구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각각 약식기소 했으나 구 대표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 정태웅 기자 | bigbear@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