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북미, 유럽 지역에 합작공장 설립에 나선 한국 배터리 3사에 맞서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한·중 배터리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2차전지 제조업체 CATL이 18억유로(한화 2조4840억원)를 투자한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 배터리공장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1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에르푸르트 공장은 CATL의 첫 해외 공장으로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업체에 물량을 공급할 전망이다.
CATL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급증에 대비해 에르푸르트 공장 증설 계획을 세우고 폴란드에서도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 켄터키주 글래스고 소재 공장 건물과 부지 일부를 매입하고 멕시코에 경영진을 파견하는 등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북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CATL 건물 전경과 전문 연구원들 [사진 제공 = CATL]
외신 등에 따르면 CATL은 북미에 50억달러(6조1000억원)를 투자해 연 80GWh 규모의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최종 완공시 현지 고용인력은 1만여명, 배터리 생산규모는 전기차 100만대 이상분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해외증설을 기반으로 CATL은 현재 125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579GWh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글로벌 8위 배터리업체인 궈쉬안은 최근 미국 완성차업체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합작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궈쉬안은 지난해 독일 보쉬의 배터리 공장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그룹과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셀 공장 건설을 협력하기로 했다.
10위권 업체인 중국 엔비전AESC는 르노와 프랑스에 30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메르세데스-벤츠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최근 BMW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EVE에너지 역시 최근 헝가리에 80억유로를 투자해 20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셀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값싼 LFP 배터리와 셀투팩(CTP) 등 혁신기술로 무장한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K-배터리'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 '톱10'에 6개 중국 업체가 이름 올렸고, 이들의 전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56.4%에 달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해외 생산거점들이 본궤도에 안착해까지 여러 시행착오와 난관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수년간 해외 생산거점을 운영하면서 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현지 생산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를 습득했다"며 "이제 막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업체들이 목표대로 대규모 증설을 잘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박윤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