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대중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리튬, 니켈 등 배터리 핵심소재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배터리·전기차 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일 연비 내연기관차 보다 비싼데다 올해 보조금 조건마저 까다로워져 전기차 진입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일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Y 롱레인지의 가격은 8600만원대다. 테슬라는 지난달 11일 모델Y 롱레인지의 가격을 200만원 올린데 이어 15일 310만원을 추가 인상했고, 최근에는 150만원을 더 올렸다.
테슬라는 중국에서도 지난달 5일 간격으로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모델3 퍼포먼스와 모델Y 롱레인지는 약 530만원,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은 570만원 가량 올랐다.
전기차 가격을 인상한 건 비단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중국 자동차 업체인 비야디는 지난 2월 일부 모델 가격을 20~130만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중순 차량 가격을 50~100만원 추가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당분간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의 가격 인상은 없다고 밝혔지만, 원자재 가격 압박이 지속되면 아이오닉6 등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차 모델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배터리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차량 값의 30~40%를 차지한다.
올해 1~3월 니켈 가격 추이. [자료 출처 = 한국자원정보서비스]
가장 눈에 띄게 인상된 원자재는 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니켈이다. 니켈은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 재료로 국내 업체들은 양극재에 니켈 함량이 80%가 넘는 하이니켈배터리를 주로 만든다.전기차 시장 확대로 니켈 수요가 늘어나는 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 니켈 생산량 3위인 러시아의 니켈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1톤(t)당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3만3400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달 15일 톤당 4만8196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떨어졌지만, 작년 3월 가격이 1만달러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2배 넘게 올랐다.
또 다른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의 가격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31일 기준 kg당 471.5 위안(약 9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그렇다고 떨어지지는 않았다. 탄산리튬의 지난해 3월 가격은 100위안(약 1만9000원)이 되지 않았다.
LME는 니켈 가격이 급등하자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탄산리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현재까지 차량용 배터리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다. 국내 업체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원통형배터리 가격을 평균 10%, 삼성SDI는 7% 인상한 바 있다.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대중화'는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다.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까지 낮아지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기준 킬로와트시당 배터리 가격은 130달러 수준이다.
블룸버그NEF는 당초 달성 시점을 올해로 예상했다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대두되자 이 시점을 2024년으로 미뤘다. 그러면서 올해 배터리 가격이 킬로와트시당 13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불안으로 배터리, 전기차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하면서 대중화 달성 시점은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 기준을 기존 6000만원 미만에서 올해 5500만원 미만으로 줄였고, 지원 제외 가격 상한도 9000만원 이상에서 8500만원 이상 차량으로 변경했다.
전기차 가격이 8500만원이 넘을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으니 구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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