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10억에 전셋값 7억"…전세가율 재상승에 갭투자 고개드나
입력 2022-04-03 11:02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란에서 전월세 매물이 사라진 모습 [사진 = 한주형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규제 여파로 집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율이 70%를 웃도는 지역에서 또다시 갭투자(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가 성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82개 시(市) 중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곳은 26곳으로 나타났다. 충북(충주·청주) 2곳을 비롯해 충남(당진·아산 등) 4곳, 경북(경주·구미·포항·경산 등) 9곳, 경남(진주·통영 등) 3곳, 전북(익산·전주 등) 3곳, 전남(목포·나주) 2곳, 강원(춘천· 삼척) 2곳 등이다. 수도권은 이천(73.9%)을 제외하고 전세가율이 50~60%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56.0%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을 말한다. 아파트 매매값이 3억원인데 전세가 2억1000만원에 나온다면 전세가율은 70%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가 90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도 두 달 연속 올랐다. 1년여 만에 전셋값 상승률이 매맷값 상승률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맷값이 최근 주춤한 가운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세가율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 54.48%에서 12월 54.54%로 오른 뒤 지난달에는 54.59%로 두 달째 올랐다. 지난해 1월 전세가율 56.26%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하다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역시 지난해 12월 65.91%에서 66.01%로 소폭 증가했다.
향후 전세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오는 8월 세입자에게 임차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의 골자인 '임대차 3법' 시행 만 2년이 도래해서다. 즉 하반기부터 집주인들이 '시세' 대로 전세값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전국 전세값은 이미 13.7% 뛴 상태다.
여기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민심이 또다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도 올해 6월 1일 전에 주택을 처분하면 1주택자로 간주해 과세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됐던 작년에도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자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기존 월세를 올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보유세 인상이 주택 임대료 상승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종부세를 올리자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이 단기간에 5% 뛰었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31.1%)보다 6.3%포인트 증가한 37.4%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서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8.7%에 불과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더 크게 오르면 전세가율이 높아져 전세보증금을 낀 상태로 주택을 매입하는 게 더 쉬워진다"며 "7월 이후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3단계로 대출 제도가 한층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은행 대출 대신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우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소형주택 주택 수 배제 검토…'투기 지원책' 전락 우려도

다세대 다가구가 밀집돼 있는 서울 중구 약수동 모습 [매경DB]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소형주택은 주택 수 합산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 세금 부담을 줄여 임대 물량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금 부자들이 재개발 지역 소형주택을 매입하는 등 투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줄어든 '갭 투자'가 다시 성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수위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시 빌라·다세대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종부세 부과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세대나 빌라는 전용 59㎡까지, 전용률이 낮은 오피스텔은 전용 84㎡ 정도까지가 기준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매입 임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요건은 금액(임대주택 등록 시점에 6억원, 수도권 외 3억원)과 임대기간(2020년 8월 18일 이후 10년)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집값이 폭등하며 이 같은 요건에 해당되는 주택 숫자도 줄었고,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은 오히려 감소했다. 또 보증금과 월세 등 임대료가 세입자에게 전가된 상황이다. 그나마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예 합산 배제에서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물론 현재 합산 배제 요건에서 빠져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넣어 종부세 부과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하되 면적 기준을 넣고 금액 기준은 조정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사업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투기 지원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부담이 줄어든 다주택자들이나 현금 부자들이 주요 지역 내 재개발 이슈가 있는 혹은 가능성이 있는 곳을 미리 선점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경우 높아진 집값과 대출 규제 탓에 해당 지역 빌라 한 채를 구매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나 현금 부자들은 '갭투자'를 통해 소액으로도 해당 지역 매물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은 70%대다. 갭투자 시 자기자본 30% 안으로 집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신규 빌라의 경우 전세가율 90%를 넘는 곳이 4채 중 1채에 달해 이같은 곳은 5억원 기준 1억2000만원만 투자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소형주택을 주택 수에 제외시키는 방안 구상에 대해 돈 있는 사람이 집을 더 많이 가지게 될 수 있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자들은 은행금리 이상의 임대료를 받아야 수익이 나올텐데 그렇게 되면 전월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본부장은 "2010년대 쪼개기가 유행했던 것처럼 다가구주택 지분 쪼개기 등이 성행할 것으로 보이며 재개발 예정지들에 소형빌라 투기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세대주택. 빌라 등의 경우 전세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갭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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