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시신을 든 푸틴 벽화'…총 대신 붓 잡은 전세계 예술가들
입력 2022-04-01 22:24  | 수정 2022-04-05 00:0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을 훌쩍 넘기면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를 양산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벽화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CNBC는 '전세계의 예술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지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 주요 도시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벽화들을 소개했다.
동구권 국가인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시신을 들고 있는 모습의 벽화가 등장했다. 이 벽화는 불가리아의 화가 스타니슬라프 벨로프스키가 그린 것이다. 친러시아파와 친우크라이나파가 갈리고 있는 불가리아에서는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시민들 수천명이 도심에서 잇따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를 꺼리는 정치권에 반발하는 젊은층들이 시위에 합류하면서 집회가 갈수록 세를 불리는 양상이다.
예술가의 도시 파리에서는 길거리 화가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여러 그림으로 남겼다. 특히 평화의 벽(The Wall of Peace)라는 공간에 반전 메시지를 담은 다수의 벽화가 전시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파리 시민의 눈길을 사로 잡은 벽화는 'C215'로 알려진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 크리스티안 구미가 그린 우크라이나 소녀 그림이다. 이 그림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과 파란색으로 그려졌다. 이 화가는 이 그림에 "나는 내 집무실에 내 사진이 걸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신도, 아이콘도 아니며 단지 국가의 종일 뿐이기 때문이다"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메시지도 새겨넣었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길거리 화가가 남긴 벽화가 있다. 이 그림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상징하는 옷을 입은 두 여성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 여성의 옷을 자세히 보면 평화를 상징하는 'MIR' 마크가 찍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산하우메 광장에는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여러 점의 그림이 전시돼있다.
전쟁 반대 팻말을 든 젤렌스키 대통령, 감옥에 갇힌 푸틴 대통령 등 다양한 작품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의 길거리 화가 티브이보이(TvBoy)가 우크라이나 아이 3명이 러시아 탱크 위에 올라가 반전 깃발을 꽂는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에서는 보다 과격한 벽화가 많이 있다.
폴란드 그단스크의 기차역 벽면에 그려진 벽화는 푸틴 대통령을 히틀러, 스탈린과 나란히 배치했다. 세 사람의 눈 위로는 '시간이 없다(No More Time)'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린 벽화는 폴란드 포즈난에 위치해있다. 젤렌스키의 이마에는 젤렌스키의 이니셜이자 해리포터의 마크인 'Z'가 그려져 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