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는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248.84㎡(공급면적 기준)가 매물로 나왔다. 유명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이 단지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초고가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감정가 69억7000만원으로 시작한 나인원한남은 1명이 응찰에 참여해 71억1009만원(낙찰가율 102.0%)에 낙찰됐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매매시장에는 존재하기 어려운 매물도 상황에 따라 경매시장에 나올 수 있는 것이 경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국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던 시점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똘똘한 한 채'와 내 집 마련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경매시장 참여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206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629건으로 낙찰률 52.2%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 연속 40%대를 기록했다. 2월 낙찰률 52.2%는 전월 45.2% 대비 7.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낙찰가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97.4%로 전월 97.1%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최근 1년간 월간 낙찰가율이 100%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2월 낙찰가율이 97.3%로 1년 만에 낙찰가율 100%를 밑돌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컸던 지역일수록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분석한다. 인천은 2월 낙찰률 78.3%를 기록하며 전월 56.4% 대비 21.9%포인트 증가했다. 낙찰가율도 113.2%로 집계되며 전월 109.2% 대비 4.0%포인트 올랐다.
경기도 역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했다. 2월 낙찰률은 56.3%로 전월 54.5%보다 1.8%포인트 올랐다. 낙찰가율은 103.8%를 기록하며 전월 103.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인천은 상승률 29.33%를 기록하며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도는 상승률 23.20%로 뒤를 이었다. 매매시장 참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천·경기 지역에서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꾸준히 경매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열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참여자들은 여전히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낙찰가율 상승폭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삼성쉐르빌 B동의 경우 2월 경매시장에 한 가구가 매물로 나왔다. 이 매물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3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2억6000만원으로 책정된 이 매물은 낙찰가율 88.7%(2억3050만원)로 감정가에 밑도는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4월까지는 지켜봐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유찰된 매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매물이 소진되고 낙찰률은 상승했다"면서도 "관심을 가져도 참여할 때에는 보수적으로 금액을 산정하다 보니 낙찰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등이 완화되기 전에는 낙찰가율이 올라가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낙찰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시점이야말로 경매로 시선을 돌릴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이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한 차례 유찰되면 감정가보다 20% 깎인 금액으로 최저입찰가가 다시 설정된다. 수도권은 30% 하락한 금액으로 최저입찰가가 책정된다.
강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소재 아파트는 유찰 없이 거의 첫 기일에 낙찰이 됐는데 올해는 흐름이 좀 변했다"며 "최종 낙찰가와 낙찰가율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유찰된 물건은 수요자들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주거용 매물이 수요자들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매 물건은 경매 개시 결정과 실제 법원에서 경매가 이뤄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매물은 지난해 3분기에 경매 개시가 이뤄진 물건이 대부분인데, 지난해 3분기는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상승기였던 만큼 가격 측면에서 현재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는 "부동산시장이 상승기일 경우 경매 물건 보유자가 경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채무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벌어져 시차를 두고 경매 물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짜 매물'에 대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세양청마루 아파트 전용면적 85㎡는 경매에서 9억8872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5억7500만원인 이 매물의 낙찰가율은 171%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관망하는 추세가 강한 시기에는 참여자들이 보수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높은 감정가 탓에 몇 차례 유찰된 물건처럼 진입장벽이 낮아진 매물 가운데 '알짜 매물'을 찾아 적정 금액을 써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는 상업용 부동산 경매 참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임대수익 저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상가 경매가 위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서울 상가시설 낙찰가율은 64.7%로 전월 89.5% 대비 24.8%포인트 줄었다. 이는 2019년 1월 47.0%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 연속 40%대를 기록했다. 2월 낙찰률 52.2%는 전월 45.2% 대비 7.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낙찰가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97.4%로 전월 97.1%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최근 1년간 월간 낙찰가율이 100%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2월 낙찰가율이 97.3%로 1년 만에 낙찰가율 100%를 밑돌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컸던 지역일수록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분석한다. 인천은 2월 낙찰률 78.3%를 기록하며 전월 56.4% 대비 21.9%포인트 증가했다. 낙찰가율도 113.2%로 집계되며 전월 109.2% 대비 4.0%포인트 올랐다.
경기도 역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했다. 2월 낙찰률은 56.3%로 전월 54.5%보다 1.8%포인트 올랐다. 낙찰가율은 103.8%를 기록하며 전월 103.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인천은 상승률 29.33%를 기록하며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도는 상승률 23.20%로 뒤를 이었다. 매매시장 참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천·경기 지역에서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꾸준히 경매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열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참여자들은 여전히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낙찰가율 상승폭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4월까지는 지켜봐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유찰된 매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매물이 소진되고 낙찰률은 상승했다"면서도 "관심을 가져도 참여할 때에는 보수적으로 금액을 산정하다 보니 낙찰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등이 완화되기 전에는 낙찰가율이 올라가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낙찰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시점이야말로 경매로 시선을 돌릴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이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한 차례 유찰되면 감정가보다 20% 깎인 금액으로 최저입찰가가 다시 설정된다. 수도권은 30% 하락한 금액으로 최저입찰가가 책정된다.
강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소재 아파트는 유찰 없이 거의 첫 기일에 낙찰이 됐는데 올해는 흐름이 좀 변했다"며 "최종 낙찰가와 낙찰가율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유찰된 물건은 수요자들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주거용 매물이 수요자들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매 물건은 경매 개시 결정과 실제 법원에서 경매가 이뤄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매물은 지난해 3분기에 경매 개시가 이뤄진 물건이 대부분인데, 지난해 3분기는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상승기였던 만큼 가격 측면에서 현재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는 "부동산시장이 상승기일 경우 경매 물건 보유자가 경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채무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벌어져 시차를 두고 경매 물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짜 매물'에 대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세양청마루 아파트 전용면적 85㎡는 경매에서 9억8872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5억7500만원인 이 매물의 낙찰가율은 171%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관망하는 추세가 강한 시기에는 참여자들이 보수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높은 감정가 탓에 몇 차례 유찰된 물건처럼 진입장벽이 낮아진 매물 가운데 '알짜 매물'을 찾아 적정 금액을 써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는 상업용 부동산 경매 참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임대수익 저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상가 경매가 위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서울 상가시설 낙찰가율은 64.7%로 전월 89.5% 대비 24.8%포인트 줄었다. 이는 2019년 1월 47.0%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