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종기자실록] 어촌에서 터전 꾸리고 희망 꿈꾸다…첫 걸음 뗀 청년어선임대사업
입력 2022-04-01 08:30  | 수정 2022-04-01 16:07
청년어선임대사업에 뽑힌 청년어업인들이 어선에 승선해 문어를 채집한 모습 / 사진 = 한국수산자원공단
귀어귀촌 희망 청년에게 어선 임대 비용 지원하는 시범 사업
바다가 익숙한 20대 청년부터, 제2의 인생 준비하는 40대도

#고령층이 절반인 어촌…청년어선임대사업 실시

어촌의 고령화는 우리나라 연안어업의 성장과 지속성을 가로막는 큰 문제입니다. 2020년 기준 전국의 어가 인구는 9.8만 명으로 20년 전보다 15만 명 이상 줄었고, 9.8만 명 중 52.8%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어선임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임대 가능한 여분 어선을 보유한 노령 어업인과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연결'시킵니다, 그 뒤 청년들에게 어선 임대 비용을 지원(2년간, 1척당, 월 최대 250만 원)해, 이 지원금이 노령 어업인들에게 노후 생활자금이 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중요한 핵심 내용입니다.

아직까지는 시범사업이다보니,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뽑힌 이들은 10명 뿐이고 사업 대상 지역도 2곳(전라남도, 전라북도)에 불과하지만, 사업 확장을 통해 어촌에 청년 인구가 유입되고 이로써 어촌 활성화를 이루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3월 21일부터 4월 1일까지 교육(이론교육, 실습교육)을 마친 이들을 전화 인터뷰해봤습니다.

#가장 젊은 '예비 선장'…"품질 좋은 수산물 잡고 싶어"

황현우(1994년생) 씨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랐습니다. 이번 사업에 뽑힌 10명 중 가장 젊은 '예비 선장'입니다. 상선을 타셨던 외할아버지와 낚시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바다가 익숙했고 바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청년어선임대사업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황현우 씨 모습 / 사진 = 한국수산자원공단 11

자연스럽게 수산계 대학교로 진출했고 그곳에서 선박의 운항 등에 관한 국가자격 시험인 해기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40개월 동안 태평양 등지로 나가는 원양어선을 타면서 거친 바다 위에서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마쳤고, 복학 뒤 대학교에서 조교를 하다가 해당 사업에 관심이 생겨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당찬 목소리의 황 씨는 "이번 사업에 지원하자 가족들이 많이 응원해줬다"며 "큰 원양어선과 달리 3~4톤에 불과한 연안어선의 특성상, 일을 대부분 혼자하다보니 힘들고 고되지만, 문어를 직접 잡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또 "품질 좋은 수산물을 잡고, 그것을 바로 시장에 제공하는 선장이 되고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어촌에서 '제2의 인생'…"좋은 귀감되어 멘토 되고 싶어"

정갑덕(1974년생) 씨는 현재 가족들과 경기도 오산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바다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했습니다.
청년어선임대사업 관련 교육에서 어선 운항을 하고 있는 정갑덕 씨 모습 / 사진 = 한국수산자원공단

귀어귀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공부하고, 해기사 자격증을 포함해 여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이제는 전혀 연고가 없는 전라북도 부안·고창을 갈 예정인데 사전 답사를 통해 살게 될 집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반대 없이 용기를 줬던 가족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진중한 목소리의 정 씨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서 '생초짜'라서 많이 걱정됐었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어선 운행 방법, 어구 정리 방법, 투망 방법 등을 배웠고 이를 통해 성취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자신이 성공적인 귀감 사례가 되어 "이 사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고싶다"는 소망도 밝혔습니다. 또 자신처럼 전혀 연고가 없지만 귀어귀촌을 희망하고 그곳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촌 체험 등을 통해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맞는지를 사전에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추적관리도 실시…전국 단위로 사업 확장 예정

이번 시범 사업이 있기까지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해당 사업을 계획하고 담당한 한국수산자원공단의 구성우 실장은 "여분 어선을 보유한 노령 어업인을 모집하는 초창기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시범 사업을 하는 어촌으로 직접 가서 설명회를 열었고 그러한 노력으로 현재는 40여 척의 여분 어선을 모집한 상황입니다.

이번에 교육을 마친 10명에 대한 추적관리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어촌 활성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이들이 어촌에서 잘 적응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구 실장은 "어선 보험도 지원할 것이며, 시범 지역의 우수어업인들과 1대1 멘토링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청년어업인들의 어업활동 데이터(채집한 수산물의 종류, 양, 유류비 포함한 배 운영비 등)를 받아서 관리하고 분석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내년에는 전국 단위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만큼 사업비도 늘어나서 귀어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후의 어촌 모습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게된 이번 사업으로 인해 어촌에 활력이 찾아오고, 어촌이 더 다채로워지길 기대해봅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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