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30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연합 전력의 새로운 작전계획(작계) 마련에 필요한 구체적인 '밑그림'에 합의·서명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원인철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하와이에서 회담을 갖고 새 작계 수립을 위한 전략기획지시(SPD)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SPD는 한·미가 한반도에서 취해야 할 군사적 지향점과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을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방향을 명시한 문건이다.
한·미는 이번에 서명된 SPD에 따라 고조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 작계를 작성할 예정이다. 작업에는 1~2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앞서 한·미는 작년 12월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새 작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큰 틀'인 전략기획지침(SPG)에 합의했다. 북한이 핵탄두 위력을 높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극초음속미사일 개발로 나아간 상황에서 기존 '작계 5015'가 불충분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 군사 작전 책임자인 양측 합참의장들은 이날 SPG를 보다 구체화한 SPD에 서명했다.
지난 2015년 6월 서명된 '작계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한 계획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선제타격과 북측 수뇌부 제거작전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 노선에 대응하기 위해 새 작계를 세우려는 한·미의 움직임에 대한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전력의 작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을 겨냥한 이른바 '참수작전'을 포함한 북침계획이라며 비판해 왔다.
한미가 새롭게 작성할 작계에는 북한의 강화된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개발과 관련한 시나리오별·단계별 대응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지난 7년 간 향상된 한국군의 대북 억제 역량도 반영될 개연성이 크다. 현재 한미연합 전력의 작계는 기존 502·5029·5015 등 '5000번대'로 시작된다.
한편 이날 원 의장은 밀리 의장, 야마자키 코지 일본통합막료장과 3자 회의도 갖고 북한의 위협 등 한반도 및 역내 안보상황 등을 논의했다. 합참은 "(3국 합참의장이)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공약에 대하여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으로 역내 안보를 공고히 해나가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합참은 3국 합참의장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을 증진시키고 안보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다자 협력·훈련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한 세 나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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