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정보공개, 정치권 진영대결 소재로
'몸통' 특활비 놔두고 곁가지 옷값만 '시끌'
법원 판결은 모두 '정보 공개하라'
'몸통' 특활비 놔두고 곁가지 옷값만 '시끌'
법원 판결은 모두 '정보 공개하라'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거부에서 비롯된 논란이 김정숙 여사의 옷값으로 번지며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 여사가 특활비를 옷값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가운데 이의를 제기한 시민단체는 "의혹만 더 키웠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검찰도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공개를 거부한 상황입니다.
청와대 "무분별한 주장" vs 연맹 "의도 폄훼"
청와대는 29일 신혜현 부대변인 명의의 현안 브리핑에서 "김정숙 여사의 공식 행사 의상과 관련하여 특수활동비 사용 등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신 부대변인은 "임기 중 대통령 배우자로서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 예산을 편성하여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순방의전과 국제행사용으로 지원받은 의상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국가 간 정상회담, 국빈 해외 방문, 외빈 초청 행사 등 공식 활동 수행 시 국가원수 및 영부인으로서의 외교 활동을 위한 의전비용은 행사 부대비용으로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가 국방, 외교, 안보 등의 사유로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납세자연맹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한 국가예산집행과 공적예산을 대하는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를 촉구하는 국민의 순수한 의도를 폄훼한 발언"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했습니다.
지난 2018년 청와대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도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을 수 있는 특수활동비로 영부인 의상을 구입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국민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특수활동비가 '세금 횡령 면책특권'이므로 폐지를 주장해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심 법원은 연맹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 결과 김 여사의 의전비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청와대는 이에 불복한 상황입니다.
법원 판결문 / 사진 = 납세자연맹 제공
연맹은 또 의전과 행사 관련 경비가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여부는 정보공개를 해야만 알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옷값 지출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세금으로 지원한 옷값의 정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정보공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애초 소송의 목적이 특수활동비 폐지가 목적이었던 만큼 최근의 쟁점이 단지 '옷값 논란'으로만 부각된데 대해 우려된다"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법원의 결정에 승복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 논점을 김 여사의 옷값으로 옮겨가며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또 특수활동비가 시대착오적인 '세금횡령 면책특권'이라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전 부처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검찰도 특활비 정보 비공개…당선인 답해야"
법원 판결문 / 사진 = 세금도둑잡아라 제공
이런 가운데 청와대뿐 아니라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 소송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 2019년 11월 제기한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은 26개월이 흐른 지난 1월 1심 판결이 이뤄졌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취지였지만 검찰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하 대표는 "소송이 제기될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당선인이었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황과 완전히 판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검찰이 소송에서 '정보 부존재'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연간 100억 원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써 놓고 '아무런 자료가 없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공직자로서의 기본 태도에 관한 문제"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1월 제출한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 답변서에 "특수활동비의 구체적인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는 부존재하는 정보로서 이에 대한 원고 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공개할 정보가 없으니 소송을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 중 지난 2020년 1월 16일 제출된 검찰 답변서 일부 / 사진 = 세금도둑잡아라 제공
법원은 이에 대해 "피고들이 특수활동비에 관한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밀·안보 이유 비공개…법원 판단은 '공개하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청와대와 검찰을 향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은 진영논리만 걷어내면 마치 쌍둥이처럼 흡사합니다. 기관별로 비공개 사유로 내세운 것이 '국가안보'냐 '수사기밀'이냐의 차이가 있을뿐 최대한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마저 비슷합니다. 불가피한 사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면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청와대 특수활동비 관련 판결문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 또는 제5호에 정하고 있는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납세자연맹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청와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 판결문에는 "수사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들은 이 사건 비공개 심리 과정에서 이 부분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는바, 특수활동비의 일반적인 특성만으로는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1심 소송 중에 청와대가 특활비 전체 예산 중에서 국방·외교·안보와 관련해 지출된 금액이 있다고 입증하였다면 판사는 그 부분은 제외하고 공개하라고 판시하였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특활비 중 비공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해 법원은 특활비 예산 100%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특활비 중 국방·외교·안보와 관련한 지출이 어느정도인지 가늠조차 안 되기 때문에 '특활비 오남용 지출이 있는 것은 아닌지', '특활비를 박근혜 정부와 같이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오해나 의혹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