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투항 요구에 "꺼져라"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내뱉은 우크라이나 병사가 정부 훈장을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이날 국경수비대원 로먼 흐리보우에게 훈장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흐리보우는 러시아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남단에서 48km 떨어진 흑해상의 작은 섬 즈미니에서 다른 국경수비대원 12명과 함께 영해를 지키고 있었다.
지리적 위치가 전략적 요충지에 있어 이 섬은 침공 당일인 24일부터 러시아군 전함을 상대해야 했다.
러시아군은 섬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무전으로 투항을 요구했다. 만일 투항을 하지 않으면 포격을 하겠다고 위협도 했다.
이에 흐리보우는 무전으로 "닥치고 꺼져라"라고 맞섰다.
이 교신 내용은 현지 매체 보도 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했다.
러시아군함은 섬에 있는 수비대원에게 포격을 가했고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들의 전사를 기리며 '우크라이나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이들이 모두 살아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러시아군에 생포된 이들이 지난 25일 러시아 침공 이후 이뤄진 첫 포로 교환 대상자에 포함돼 풀려났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진행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섬에 있던 국경 수비대 일부는 사망했고 일부는 포로로 잡혔갔다"며 "이들은 우리가 생포한 러시아군과 교환해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흐리보우는 현재 체크카시에 있는 집에 있다는 근황과 함께 그가 훈장을 받는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5일 개전 이후 첫 포로교환을 진행했다.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맞교환도 이뤄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시에 따라 최초로 본격적인 전쟁 포로교환이 있었다"며 "러시아 군인 10명을 돌려주고, 우리 군인 10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또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 인근에서 붙잡은 러시아 민간선원 11명과 모스크바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민간선원 19명도 서로 풀어줬다고 전했다. 인테르팍스통신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군인 및 선원 맞교환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하면서 베레슈크 부총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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