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애인단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대표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독선", "아집"이라 비판해 왔다. 이날도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 대표를 향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28일 "약자와 동행 대신 혐오 조장, 당 대표 자질 없는 이준석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 대표에게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한국장총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제 인식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이 땅이 장애인이 '살 수 있는' 나라라도 되려면 불평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발언은 단순 실언이 아니다. 주말 사이 페이스북에 10개 이상의 글을 게재하며 본인의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며 "약자와의 동행은커녕 오히려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사고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을 작성한 서울교통공사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국장총은 "지금은 어느 정권, 어느 시장 시절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21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 = 연합뉴스]
참여연대도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차별과 혐오의 정치 중단하고 사과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는 "이 대표가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 불특정 다수를 볼모로 삼는 방식'이고 '비문명적 관점'이라는 등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며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시위는 특정 단체의 '아집'이 아니라 국가와 정치가 책임을 방기해온 결과"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공당의 대표가 앞장서 사회적 약자의 요구와 맥락을 소거한 채 이들을 공격하고 공권력 행사를 주문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언행을 중단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등도 "장애인 운동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 "위험한 선동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여야 한목소리로 이 대표 비판
이 대표의 전장연을 향한 공개 발언은 정치권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이동권 관련 시위에 주류 정치인이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곧바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왜 하필 선거 기간에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파이팅이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느냐"며 이 대표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시위 자체보다는 시민의 발목을 잡는 것이 문제"라고 항변했다. 또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성별 갈라치기에 이은 장애인, 비장애인 갈라치기라며 이 대표를 맹공했다.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다" "장애인과 싸우지 말고 불평등과 싸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동권 보장을 비롯한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고, 여야는 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책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이 대표는 혐오 정치인'이라며 장애인들의 시위를 멈추게 하는 건 비난이 아닌 '해결 의지', '눈 맞춤' 즉 '공감 능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까지 번졌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은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역에서 열리는 전장연 시위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지난 22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임 간사는 브리핑에서 '시위 자제 요청 차 시위 현장을 찾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진솔하게 (장애인) 정책과 관련된 예산을 어떻게 수반해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찾아줄 건지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장연의 시위는) 너무나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전장연이 요구하는 사안을 잘 경청해서 정책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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