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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등판한 호반…한진칼 분쟁 칼자루 쥔다
입력 2022-03-28 17:52  | 수정 2022-03-28 19:50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게 된 것은 여전히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이 정상화되지 않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다분한 데다 지배구조가 아직 불투명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점에서도 호재가 남아 있다고 본 것이다. 17.43% 상당의 지분이면 과거 3자 연합을 재현할 수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군으로 설 수도 있어서 호반건설이 '꽃놀이패'를 쥐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오너 측 우호 지분으로 나설 명분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점도 호반건설이 이번 투자에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조선업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유럽연합(EU)이 이를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해 거쳐야 하는 미국, 중국, EU의 결합 심사 또한 넘기 힘든 관문으로 관측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만약 항공사 대통합마저 무산된다면 산업은행은 더 이상 오너 일가에 적극적으로 우호 지분 역할을 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반건설 입장에는 조원태 회장 측과 각을 세우든, 협력을 하든 어느 쪽이라도 상당한 협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만약 호반건설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10% 상당을 인수하게 된다면 반도건설만 우호 세력으로 확보해도 지분 대결에서 조 회장 우호 지분을 압도하게 된다.
KCGI는 한진칼에 투자한 기존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지분 매각을 지체할 수 없던 차에 항공업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온 호반건설 측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CGI 측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 매각 방식을 택하지 아니하고 현 경영진을 도와 기업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효과적인 견제를 할 수 있는 매수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했던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으며 2019년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호반건설은 이번 지분 인수에 5640억원을 투입했는데 현재 2조원 이상 자금력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2019년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 회장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20년 1월 말 KCGI·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하고, 조원태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은 가결되면서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3자 연합은 지분율을 45% 넘게 늘리며, 우호 지분이 41.4%였던 조 회장을 압박했다. 반전은 같은 해 11월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벌어졌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신주 발행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기각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종료됐다.
[이유섭 기자 / 박창영 기자 / 이석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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