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엄마 오지 마"…러-우크라 전쟁이 갈라놓은 모자
입력 2022-03-28 17:34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족이 루마니아 접경 포루브네 국경검문소 통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엄마 오지 마. 저들이 쏘고 있어."
우크라이나 여성 올레나 시로튜크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폴란드에서 근무중이었다. 12세 아들 나자라이는 우크라이나 친정에 맡겼다. 하지만 전쟁이 터졌고, 시로튜크 씨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위험한 여행을 떠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아들을 우크라이나에 남겨두고 돌아와야 했던 시로튜크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폴란드 서부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시로튜크 씨는 러시아인들과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돌아오는 남성들로 가득 찬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 나자라이를 되찾고 싶었다.
그는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자포리자에 도착했다. 자포리자에 도착한 후 그는 아들에게 "다 잘 될 거야.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자리이는 "나도 정말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다시 아들에게서 러시아군이 집에서 8㎞ 떨어진 다리를 날려버렸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진 시로튜크 씨는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하루 종일 택시와 버스를 수소문했지만 모두 운행을 거부했다.
그러다가 사기도 당했다. 한 남성이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100달러(약 12만원)를 받고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아들이 있는 노보드니프로브카까지 100㎞를 더 가지 못했다.
시로튜크 씨는 "자녀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며 "그 순간에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시로튜크 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2019년 폴란드 북서부의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막내아들 나자리이는 우크라이나의 친정에서 맡아 키웠다고 한다.
그는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항불안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은 죄책감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이래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약 380만명이 탈출을 감행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한 것이다. 상당수는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가고 있고, 그들 중에는 아이들을 구하려는 엄마들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