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권리예산 보장' 시위에 "시민들을 볼모 삼는 비문명적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 정치권에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시민들과 시위 중인 장애인을 갈라치는 전형적 '혐오 정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총 10건의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전장연 시위를 비판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벌이고 있다. 3·9 대선 이후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 근처인 경복궁역, 과거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혜화역 등 3·4호선 라인에서 집중적으로 시위를 벌여 열차 지연 등 시민 불편이 야기됐다.
문제는 이 대표가 '시위 중단' 요구를 하면서 정파성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장연이) 불편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4호선 노원· 도봉 등과 3호선 고양·은평 등의 서민 주거 지역"이라고 주장했다.시위에 '정파성'이 있다는 취지 주장도 계속하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차별화하려는 듯한 발언도 반복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약속을 했는데 이제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오세훈 시장에게 항의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항의방문한 장애인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면서 "이재명 시장에게 말씀하라. 이재명은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도 우려가 표출됐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직접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정치권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면서 무릎을 꿇었고, 지나가는 출퇴근길 시민들에게도 사과를 했다. 지체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같은 당 이종성 의원도 이 대표와 따로 면담하면서 "장애인과 시민들의 대립 구도로 가는 부분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대표 발언이 혐오를 조장 할 소지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소아마비로 지체장애가 있는 5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나이가 젊어야 뭐하냐.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라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공동체를 분열로 몰아넣고 혐오를 선동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본분이자 책무인지 잘 고민해보라"고 일갈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도 일단 이 대표와 선을 긋는 듯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지하철역 시위 현장에 찾아뵙겠고 진솔하게 말씀드리겠다"며 "요구 사항을 잘 정리해 정책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