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 중"
"판문점 폭파 때 뇌사"
"판문점 폭파 때 뇌사"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한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관한 긴급현안보고'가 이뤄졌습니다. 정부가 이번 발사를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로 평가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정의용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패 아냐"
정의용 외교부 장관 / 사진 = 매일경제
위원회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인가'라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해 정부가 설정한 목표와 성과를 가급적 빨리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 의원이 "북한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는데 그 때 긴급현안 질의 자리에서도 성과라고 할거냐"고 묻자 "성과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진행 중이므로 현재 상태에서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것이므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정부가 설정한 최종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안 질의가 이뤄지기 전 보고에서도 "북한은 발사 다음 날인 3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 명령과 현장 지도에 따라 신형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스스로 공개했다"며 "이번 발사가 지난 4년간 유지해 온 장거리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태용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사망"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 사진 = 매일경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이미 사망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조 의원은 "(정 장관이)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형이고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하시는데, 일반 명사가 아닌 문재인 정부 정책으로서는 실패했다"며 "판문점 폭파 때 뇌사상태에 빠졌고 ICBM 발사로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과를 못 거뒀는지 냉정히 분석해 같은 실수를 반복 않도록 신 정부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이뤄져야 하는데,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다음에 벌어져야 할 일이 순리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비핵화 진전에 성과가 없으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어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 대신에 남과 북의 이벤트라든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이벤트라든지, 정상회담이라든지 이벤트를 만들더라도 다음 번 정책이 추진될 수 없었다는 것이 저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이벤트라고 하시지만,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었다"며 "왜 그런 것을 했느냐고 하시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조 의원이 '이벤트'라고 표현한 남북 정상회담 등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로서는 사실 북미 간에 싱가포르 합의를 바탕으로 하노이 제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고 상당히 근접했었다고 본다"며 "그때 북미 간의 합의만 이루어졌다면 그 이후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하노이 협상 결렬 후 아무 진전도 없었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좀 많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ICBM 위협 증대 vs 유보
북한이 발사했다는 ICBM의 위협 정도와 관련해서도 의견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조 의원이 "북한이 화성17형 ICBM을 발사했다는데 15형인지 헛갈린다"고 묻자 정 장관은 "한미 정보 당국에서 받고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분석 중이다. 아직 결론은 안 난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조 의원이 "설사 15형이어도 파괴력이 증가했다는 평가에 대해 동의하나"라고 묻자 정 장관은 "2017년 발사보다는 고도나 사거리 면에서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기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북한 능력 증가는 확실한 것 같다. 이것을 평가 유보로 말씀하시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며 "장관님 판단이 틀렸다고 말씀드려야 되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거리와 비행시간뿐 아니라 2017년과 달리 이번 발사 때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직립시켜 직접 발사한 점을 볼 때 군 당국의 숙제가 더욱 커졌다는 것입니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최근 발사한 ICBM이 신형인 화성 17형이 아니라 기존의 화성 15형인 것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북한이 화성17형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화성15형 발사영상을 짜깁기한 기만일 수 있다"면서 "24일의 경우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꼈지만 공개된 영상에는 맑은 날씨에 촬영된 장면이 포함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