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밀키트 시장 성장세 둔화"…한국, 미국 전례 따라가나
입력 2022-03-28 14:06  | 수정 2022-04-03 09:20
이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밀키트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밀키트 수요 급증으로 특수를 맞은 식품업계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업계 전망이 밝지만,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어 밀키트 매출이 부진할 수 있어서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7년만 해도 2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밀키트 시장은 오는 2025년 725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5년 새 3만615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는 까닭은 그간 소비자들의 외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식당은 물론, 대형마트 방문조차 자제하면서 대안으로 밀키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팬데믹 전보다 늘어난 수요만큼 그 품목과 형태도 다양해졌다. 가정간편식(HMR)은 물론, 노포 등 인기 식당의 주요 메뉴를 집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한 제품이나 호텔 요리사 등이 제작과정에 참여한 레스토랑간편식(RMR)도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추석에는 빈대떡과 전류 등 명절 음식도 밀키트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생겼고, 체중조절식이나 질환관리식, 비건식 등을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급증한 수요만큼 기업들은 앞다퉈 상품을 출시했고, 식품업계 전반에서 업무협약(MOU)도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밀키트 사업이 호황이었던 미국에서 시장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인 것이다.
이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밀키트 창업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소매업 시장분석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19년 34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58억달러 수준으로, 2021년 68억달러 남짓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69% 성장을 기록했으나, 2021년에는 성장 폭이 18%에 그친 것.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 지난 14일(현지시간) "팬데믹이 밀키트 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미국 내에 불러왔지만, 그 시절은 끝났다"며 "헬로프레시와 선바스켓, 블루에이프런 등 밀키트 주요 기업들이 2020년에 느린 성장세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이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접어들면서 밀키트 수요가 본격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식품업계 내 경쟁사가 늘어난 점, 문을 닫았던 식당이 다시 영업을 시작한 점, 소비자들이 밀키트를 체험하며 직접 요리에 나서기 시작한 점 등도 이유로 꼽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미국과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식품업계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든 뒤 같은 수순에 접어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는 그간 (소비자가) 밖에 나가서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재로 찾은 것"이라며 "밀키트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없다면 장기적으론 배달음식 등에 밀려 사업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시중에 판매 중인 밀키트에 대해 불만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품질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점과 비닐·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 30대 소비자는 "간편성 하나는 최고"라면서도 "밀키트는 배달 음식과 달리 결국 내가 어느 정도는 조리해야 하는 상품이다.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시중 가격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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