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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촬영, 솔직히 불편했다" 前 한화 외인 힐리의 고백 [MK인터뷰]
입력 2022-03-28 06:02 
힐리의 한국 야구 도전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지금 당장 그 망할 카메라 꺼(Turn the f***ing camera off right now)!"
이 강렬한 한마디로 다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지난 시즌 KBO리그 한화이글스에서 뛰었던 라이언 힐리(30)가 그 주인공이다.
힐리는 최근 한 OTT 업체에서 공개한 한화이글스의 한 시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예고편에서 위와같이 외치며 분노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에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 훈련장 샬럿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힐리는 그때 모습을 회상했다.
그는 "좋았던 순간도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그 안좋았던 순간을 선택했다. 아마도 관심을 끌어야하니 그렇게 선택한 모양이다. 그것도 그들의 일의 일부일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않은 클럽하우스 내부의 모습을 그대로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보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모습이지만, 찍히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터. 클럽하우스 내부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하지않는 시도다.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솔직히 불편했다. 팀에 합류했을 때 모르고 있었다.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며 시즌 내내 클럽하우스까지 따라온 카메라가 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외국인이고, 메이저리그 선수라는 명성을 갖고 여기에 왔다. 그런 가운데 카메라가 계속 돌고 있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을 갖지 못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프로다운 모습도 유지했다. "카메라맨은 정말 사람이 좋았다. 그는 자신의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며 할 일을 한것뿐인 촬영진을 존중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힐리의 한국 생활이 다른 모습으로 기억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67경기에서 타율 0.257 7홈런 37타점을 기록했고 시즌 도중 방출됐다.
그는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에 일어난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한국에서의 부진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간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곳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그 이유. 통역 김주환 씨가 좋아하는 맛집, 다녔던 대학교를 방문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꼽은 그는 "완전히 다른 문화를 경험한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내 선수생활뿐만 아니라 남은 인생 전체에서 가지고 갈 경험"이라며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경험한 야구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차이는 있지만, 야구는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화 충격'을 느낀 것이 있다면 5회가 끝난 뒤 진행된 브레이크, 일명 '클리닝 타임'이었다. "약간의 충격이었다"며 클리닝 타임을 처음 경험했을 때 느낌에 대해 말했다.
아쉬운 것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대로 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꽉 찬 경기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밤에도 시간 제한이 있어서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없었다"며 이전에 한국을 경험한 선수들로부터 들었던 것들을 '코로나 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직장폐쇄 기간 5월에 태어날 딸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밝힌 그는 "언제나 야구 시즌을 맞이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소감을 전했다. 현재 레이스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합류한 그는 우타자 보강이 필요한 탬파베이에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미국에 다시 돌아와 행복하고, 이곳에 와서 너무 설렌다.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며 새로운 팀에서의 커리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포트 샬럿(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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