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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는 상속 받는데 개미는 눈물"…블록딜 폭탄에 다시 6만전자
입력 2022-03-27 09:02  | 수정 2022-03-28 16:56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도대체 누가 주식을 이렇게 많이 판 거죠. 초보투자자라 그런지 이런 건 처음 봐요."
삼전개미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2000만주에 육박하는 블록딜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많은 물량을 쥐고 있는 대주주가 여럿일 리 없다. 투자자들은 곧 블록딜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바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었다.
삼성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이유로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500만 소액주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난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블록딜 이슈까지 겹쳐 주가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기준 전일과 동일한 주당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7만원대를 유지했던 주가는 다시 6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9만원대)와의 괴리도 커졌다.
이에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5조4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온 개인투자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도 "왜 하필 지금이냐", "장 안 좋은 거 다 알면서", "오늘 안 떨어진 게 다행이다", "매수 타이밍이니 총알 장전해라", "제발 익절이라도 하게 해 줘", "그래도 삼성전자인데 언젠가는 오르겠지"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증권시장 정규 거래 시간 이후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매각가격은 전날 종가(7만500원)에 할인율 2.4%를 적용한 6만8800원으로 결정했다. 약 1조3720억원어치다. 사실 예정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상속인이 된 홍라희 전 관장은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하겠다며 신탁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삼성SDS 소액주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삼성SDS의 주가는 이번 한 주 동안 7.77% 넘게 하락했다. 지난 22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SDS 주식을 150만9430주씩 총 301만8860주를 블록딜로 정리해 19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손에 쥐었다.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상속세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를 매도한 바 있다.
삼성일가는 지난해 용산세무서에 상속세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상속세 연부연납은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을 우선 납부하고 나머지 상속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가 시작된다. 삼성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주식 상속세가 11조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오는 2026년까지 매년 2조원씩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분을 대입했을 때 개인별 상속세는 홍라희 전 관장 3조1000억원, 이재용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00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낙폭을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5조원과 59조5000억원으로 관측되고,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할인율 상승과 비메모리 경쟁력 우려를 모두 반영했다"며 "오는 2분기부터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재개될 전망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해소되는 구간에서 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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