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바이든·시진핑 모두 尹과 '공급망' 논의…반도체 압박 시작됐다
입력 2022-03-26 14:28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 [사진 제공 = 국민의힘]

지난 3월 9일 한국 대선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공급망'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중 간 무역갈등에서 한국이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핵심 공급망 이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반도체'다.
윤석열 당선인은 9일 대선 승리가 확정되고 수 시간 뒤인 10일 오전 9시 40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긴급한 외교 현안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선 결과 직후 전화를 걸어온 것은 이례적으로, 당시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당초 해당 통화는 11일로 예정됐다가 미국 측 요청으로 하루 앞당겨져 이뤄졌다.
지난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약 20분에 걸친 통화가 이뤄지고 미국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 당선인과 통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백악관은 대선 승리 덕담과 더불어 기후변화, 코로니19, 공급망 문제 등 3대 현안을 명시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협력을 심화하도록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 직전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과 함께 삼성전자를 불러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손톱만 한 반도체가 우리 생활에 자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며 "반도체보다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는 데 중요한 산업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첨단 반도체 공정을 구축키로 한 삼성전자를 별도로 회의에서 언급하며 사의를 표했다.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몇 시간 뒤 윤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공급망 이슈를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양국 간 공급망 핵심 이슈인 반도체 부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새 한국 대통령 당선인과 빈틈없는 공조를 확인하려 했다는 게 외교가 평가다.
지난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25일 윤석열 당선인과 통화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입에서도 처음으로 '공급망'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일단 윤 당선인 측에서 공개한 시 주석과 통화 내용에는 공급망이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전은 중국 매체 보도였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보면 시 주석은 윤 당선인에게 중국이 "세계 산업·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적극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시 주석이 한국 정상과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공급망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작년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이뤄진 정상 통화에서도 공급망 문제는 의제로 거론되지 않고 코로나19 공동 대응 및 시 주석 방한 조율 이슈가 논의됐다.
윤 당선인과 통화에서 시 주석이 공급망 문제를 언급한 것 역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처럼 반도체 관련 자국의 핵심 이익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이달 초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와 산업 공급망의 안전 확보'를 주문한 바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이슈에서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 [사진 = 연합뉴스]
리커창 총리 역시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무역 역풍과 지정학적 복잡성 속에서 산업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최고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반도체 업계가 질서정연하게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반도체를 미국 안보·경제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인텔 등 토종 반도체 기업 육성과 더불어 대만·한국 등 글로벌 공급망의 최정점에 있는 기업들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흐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움직임이다.
외교가 관계자는 "미·중 간 반도체 패권은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지정학적 압박이 극심해진 상태"라며 "윤석열 당선인과 통화한 미·중 정상이 모두 '공급망'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지정학적 스트레스가 (文정부 때보다) 훨씬 커질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특히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상호 결속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제안과 상징적 조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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