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것 모르고 인증샷 땐 벌금…두달 남은 지방선거 유권자 주의점은 [이번주 이판결]
입력 2022-03-26 07:02  | 수정 2022-03-30 10:52
투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4일 유권자 A씨는 경남 창원시의 사전투표소에서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창원시마산합포구선거관리위원회는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고발했다.
# 20대 대선이 실시된 9일 유권자 B씨는 광주광역시의 한 투표소에서 자신의 투표지에 기표 용구가 절반밖에 찍히지 않았다며 이를 찢어 훼손했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B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20대 대통령선거 기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유권자들 사례다. 선거기간 무심코 한 행위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유권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대 대선은 지나갔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유권자로서 한 표를 무사히 행사하기 위해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과거 판례를 반면교사 삼을 만 하다.
◆ 투표소 밖 인증샷 'O' 투표소 내부·투표지 촬영 'X'

'투표 인증샷'은 장소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갈린다. 투표소 밖에서 특정 후보를 뜻하는 손동작을 하고 사진을 찍거나, 투표소 밖 특정 후보 벽보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이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전파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투표소 안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투표소에 마련된 기표소에서 투표지 사진을 찍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기표한 투표지는 물론,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상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투표지를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메신저로 전송하면 형량이 가중된다. 투표의 비밀침해죄가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4월 서울특별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강남구의 기표소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한 유권자가 벌금 50만원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당시 기표한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린 유권자와, 13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전송한 유권자에게도 각각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해 인터넷 커뮤티에 올린 한 유권자는 누범 기간 이같은 범행을 저질러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해 재판에 넘겨진 여러 사례에서 법원별로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기도 했다. 다만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촬영 자체가 투표소 질서 유지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기표 여부와 관계없이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
투표지나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상 기표한 투표지나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훼손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 후보자 벽보, 건들지 말고 눈으로만 봐야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행위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적발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내에 게시된 후보자의 선거벽보 사진의 눈과 코에 열쇠로 구멍을 뚫어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유권자는 벌금 50만원을 확정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자 선거 벽보 10장을 9번에 걸쳐 훼손한 6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 선거까지 180일 남은 날부터 특정 후보 명시한 현수막 게시 안돼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 등을 설치하거나 배부해서도 안 된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이라는 기준이 모호한 탓에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재보궐선거 투표 독려 현수막에 적힌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사용을 금지했지만 올해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수일 앞두고 특정 후보의 이름과 지지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부산시 지하철역 출구 앞에 게시한 혐의를 받은 유권자 두 명이 최근 각각 벌금 70만원, 50만원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에 의하지 않은 현수막을 게시한 이 사건 범행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면서도 "현수막의 내용이나 게시 기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이 실제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선거사무원 폭행하는 경우도…최대 징역형

유세 현장에서 선거운동을 방해하거나 후보자 또는 선거운동원을 폭행했다가는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 제237조는 선거인·후보자·선거사무원 등을 폭행한 자, 집회·연설 또는 교통을 방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재보궐선거에서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고 유세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후보자와 선거사무원을 폭행한 한 유권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을 확정받았다. 누범 기간 중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한 유권자는 지난해 3월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선거유세 차량 위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차량 바로 앞에서 "반대합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외쳐 10분간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50만원을 확정받았다.
또다른 유권자는 평소 반대하던 후보자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는 국회의원을 향해 날계란 두 개를 던져 한 개의 파편이 해당 국회의원 어깨에 맞게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5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 두 사례에서는 모두 작량감경이 적용돼 법정형보다 가벼운 벌금이 선고됐다. 21대 총선 당시 홍보 활동을 하던 선거운동원을 폭행해 전치 2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권자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기도 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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