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강남·서초구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됐다. 새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비롯해 부동산 세제·대출 등 규제를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되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1% 떨어지며 약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주(-0.02%)보다는 낙폭이 줄었다. 지난주 보합세를 보였던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서초구 아파트값만 이번주 나란히 0.01% 상승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 1월 24일(각 0.1%) 이후 8주 만이다.
강남·서초구 처럼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송파구와 양천구는 상승 전환은 없었지만,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변경 등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선 직후 잠실 주공5단지와 압구정 현대, 대치 은마,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의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뛰고 일부 매물도 회수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꽉 막힌 대출 규제를 일부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보유세 인하 방안에 대한 전망도 호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은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실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별로 없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값도 각각 0.03%, 0.02% 떨어졌지만 모두 지난주(각 -0.04%)보다는 하락폭이 줄었다.
전세 시장은 약세가 지속됐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2% 하락했다. 서울과 경기가 나란히 0.03% 내렸고, 인천은 0.13% 떨어지며 지난주(-0.10%)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서 5대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전세자금대출 완화 방침을 밝히는 등 꽉 막혔던 대출에 일부 숨통이 트이면서 신규 전세 물건의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집무실 이전계획 발표후 문의 3배로 늘고 호가 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서울 용산 일대의 아파트값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에 들썩이고 있다. 지역 주민들간 찬반양론으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이전 이후 용산공원을 비롯해 주변 정비사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용산구의 아파트값은 0.10% 올라 지난주(0.04%)보다 상승폭이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용산일대 재개발을 비롯한 정비사업과 용산공원 개발 가속화 등의 기대감 속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다.
국방부 청사와 인접한 용산 한강로 일대 중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아파트 단지에는 최근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S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발표한 이후 매수 문의가 종전 대비 3배로 늘었다"면서 "벽산아파트 전용 84㎡매물이 최근까지 16억원에도 안 팔렸는데 현재 16억9000만원에 나온 매물을 매수 예정자들이 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강로 일대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당장 매도할 필요가 없는 집주인들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도 부쩍 늘었다"면서 "지난달 39억원에 팔린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전용 161.48㎡는 현재 호가가 42억∼45억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가까운 용산구 문배동 프라임팰리스 도시형생활주택도 최근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조리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용산 재개발 구역 등지의 일부 주민들은 행여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후 고도제한 등 개발 규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전 시 용산의 낙후된 정비사업과 개발이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호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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