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가 오는 30일부터 주류 배달을 시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소주나 맥주 등 주류를 추가할 수 없었으나, 가맹점들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를 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30일부터 쿠팡이츠에서 주류를 판매하고자 현재 파트너 계약이 되어 있는 가맹점 업주·라이더 등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판매가 허용되는 품목은 소주·맥주 등 주류 완제품과 소분된 생맥주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주류의 통신 판매는 금지되어 있다. 다만 배달앱은 지난 2016년 국세청이 '주류 양도·양수 방법에 대한 고시' 제 11조 1항을 개정함에 따라 음식값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주류를 판매·배달할 수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에서는 이미 주류 배달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쿠팡은 지난 2019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단 한 번도 주류를 판매하지 않았다. 수익성을 기대한 가맹점들의 요구는 있었으나, 소비자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류가 포함된 배달은 반드시 배달 파트너(라이더)가 현장에서 소비자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배달 시간이 지연될 수도 있고, 또 미성년자가 주류 구매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면 다시 판매처로 주류를 반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라이더 입장에서도 음식 외에 주류까지 배달하게 되면 부피가 커져 달가운 일은 아니다. 저녁 식사 시간대 등 피크타임에 최대한 배달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라이더로서는 번거로움이 늘어나기 쉽다.
반면 쿠팡이츠와 가맹점 계약을 맺은 음식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품목 중 가장 크게 마진이 남는 품목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주의 경우 공장에서 출고된 제품이 도매상을 거쳐 소매점에 납품될 때는 대개 병당 1300~1600원 남짓이다. 이렇게 들여온 소주를 병당 4000~5000원에 판매하면 가맹점은 최대 병당 3700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그간 쿠팡이츠 내 주류 판매를 허용하지 않던 쿠팡이 돌연 판매에 나선 건 수익성 개성 차원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주류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청은 있었으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뒀던 쿠팡은 소비자와의 분쟁을 최소화하고자 주류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공모가 35달러에 상장한 뒤 투자자들의 이목을 크게 끌지 못했고, 주가는 2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9.84달러까지 하락했다.
또 영업 부문에서도 실적이 부진하다. 쿠팡은 지난해 약 22조2256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냈으나, 동시에 영업적자 1조8039억원을 기록했다. 공세적인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으나, 아직 실적은 외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뿐 아니라 '와우 멤버쉽'을 통해서도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분위기다. 쿠팡은 오는 6월 10일부터 기존 '와우 멤버쉽' 회원의 회비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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