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산재 근로자 과실 상당액,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해야"
입력 2022-03-24 17:40 
[사진 = 연합뉴스]

산업재해에서 재해근로자나 산재보험 가입자(재해근로자의 사업주)의 과실이 있을 경우 그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복지공단(공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단이 한국전력공사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엎고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신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제한된다고 선언했다. 재해근로자의 과실을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해 근로자들을 두텁게 보호하고 산재보험의 대처 범위를 넓혀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다른 사람의 권리를 대신 행사)가 가능하다면 본래 공단이 부담했어야 할 부분을 재해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한다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기업 등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재를 입으면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액을 지급한 뒤 불법행위 주체에 손해배상액을 청구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공단이 보험급여 전액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고 봐왔다.
이날 대법원이 판례를 바꾸면서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은 재해근로자의 손해액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재해근로자의 과실 상당액을 상계(서로의 채무와 채권을 같은 액수만큼 소멸)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전체 손해액에서 먼저 재해근로자의 과실 상당액을 상계한 뒤 보험급여 전액을 공제하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이었다.
B통신회사 소속 A씨는 2017년 5월 광케이블 철거 공사를 하던 중 머리를 다쳐 숨졌다. 공단은 같은 해 11월 망인의 유족에게 일시금 2억원으로 환산되는 유족연금을 지급한 뒤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한국전력공사 등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인 B사의 과실을 참작하지 않으면서 피고 측에게 2억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B사의 과실 비율을 30% 인정하면서 9800만원으로 인용 금액을 낮췄다. 2심 재판부는 손해액을 기존 판례에 따라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산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를 받은 이를 대신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액수는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과실상계 후 공제'가 아닌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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