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를 두고 고위급 예비역 장성들이 편을 갈라 여론전을 펼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
다수의 대장·중장 출신 예비역들 정치 성향을 떠나 대통령 '용산 시대'를 엄호하거나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펼쳐지며 군 안팎도 술렁이고 있다.
23일 전직 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장, 각군 참모총장 등 대장 64명과 각군 예비역 장성 1000여 명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따른 안보공백은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안보공백을 빌미로 국민과 군을 분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결정을 찬성했다.
이들은 "군의 평시 작전을 책임지는 합참은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이전하더라도 현 위치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한다"면서 현재 지휘통제체계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일시적인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안보공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전 결정에 찬성하는 내용의 격문에는 이상훈·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과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 △김재창·최병혁 전 연합부사령관 △김근태·박성규·김석재 전 1군사령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앞서 지난 19일 합참의장 출신 예비역 대장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서둘러 추진할 일이 아니다'은 입장을 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집무실 이전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장문에는 김종환 전 15대 합참의장을 비롯해 △최세창(22대) △이필섭(24대) △조영길(29대) △이남신(30대) △김종환(31대) △이상희(32대) △한민구(36대) △정승조(37대) △최윤희(38대) △이순진(39대) 전 의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연쇄이동을 초래해 정권 이양기 안보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권 이양기에 맞춰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 준비 동향을 보이는 등 안보 취약기 군의 신속한 대응에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염려했다.
이들은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단 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단 상징적 조치로 윤 당선인의 진심을 모르는 바 아니다"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청와대 집무실로 국방부 청사를 사용한다면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어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으로 군심과 민심이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의 재고를 촉구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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